Part 1. 하나 ~ 열아홉: FM 첫째 딸의 노잼 라이프 4
엄마 말만 잘 들어도 인생이 노잼인데, 친구들이 기억하는 나는 선생님 말도 잘 듣는 핵노잼 학생이었다. 잊고 있던 기억 속에서 친구가 소환시켜준 나의 흑역사는 다음과 같다.
중학교 시절 학교 교문 옆 분식집에는 왕떡과 떡밥을 팔았다. 긴 가래떡을 나무젓가락에 끼워서 튀긴 후 양념치킨 소스를 바르는 왕떡과 떡볶이와 밥을 한데 볶아 종이컵에 담아준 떡밥. 별 것도 아닌 간식이었다. 심지어 떡밥은 지금 떠올리면 모양새도 꿀꿀이죽이 따로 없다. 하지만 쉬는 시간과 청소 시간이 되면 후다닥 나가서 먹고 들어오는 것이 그 때 우리들의 빅 재미였다.
문제는 'OO중학교 맛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쉬는 시간이 다 가도록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청소 당번인 아이들도 청소 시간에 빗자루를 내팽개치고 맛집 대열에 합류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고 헐레벌떡 들어오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청소 관리도 어려워지자 학교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 종례 시간 전 교문 밖 외출 금지!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과 청소 시간마다 교문 앞에 서서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먹지 말라면 더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선생님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왕떡과 떡밥 매출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의 그날은 선생님이 없다는 소문을 들은 아이들이 우르르 교문으로 뛰어갔던 청소 시간이었다. 나 역시 친구들 손에 이끌려 교문 앞까지 당도했다. 그런데 도저희 교문 밖 한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도 없이 들락날락거리며 사 먹었던 왕떡과 떡밥인데... 바뀐 거라고는 교문에 붙은 보이지 않는 '외출금지' 딱지 뿐인데 말이다. 이미 교문을 나간 친구는 '빨리 나오라'고 소리 치고 손짓 하다가 급기야 고구마 답답이처럼 망설이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왕떡과 떡밥을 먹었을까? 정답은 '그럴리가'다.
-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하다니까. 한 발자국만 넘어와서 후딱 먹고 들어가면 되는데 그걸 못 넘어오더라. 내가 그렇게 잡아끌었는데도 딱 버티고 서서 말이야.
교문 밖으로 그 한 발자국을 넘지 못하던 그때의 나는 정해진 규칙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던 영략없는 FM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