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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nee Oct 14. 2021

대학 가면 달라지나요?

Part 2. 스물 ~ 스물아홉: 노잼 라이프 청산기 1

소소하고 시시하고, 돌이켜보니 노잼이었던 학창시절이 지났다.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행복하고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찌릿찌릿했던 일은 없었다. 물론 머리가 굵어진 후에는 나름 소소한 일탈을 저지르기도 했다. 야자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가거나, PMP에 인강 대신 드라마를 가득 채워 자습시간에 몰래 보는 일탈들. 그럼에도 나는 결국 FM 학생이었다. 나는 한 번도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의심하지 않았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학원에 갔고, 학원에 늦을까 저녁을 거르고 헐레벌떡 숙제를 했다. 대학 가면 실컷 놀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을 붙잡고 대학에 갔다.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줄 알았다.


그런데...... 스무 살 성인이 된 나는 '11시 통금'이라는 새로운 규칙을 받았다. 에라이~ 그럼 그렇지. 속았다!


그럼에도 나는 참 나였다. 통금 시간을 어찌나 잘 지켰는지. 신입생 축제 시절, 축제 기간에 학과 주점 서버를 맡았지만 통금 때문에 가야 한다며 나 혼자 10시에 업무를 종료했다. 한창 바쁠 때 뒷정리도 하지 않고 집에 간다는 얄미운 신입생을 '수고했다'고 쿨하게 보내주던 좋은 선배, 친구들이었다. 파스타 집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알바생 뒷풀이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가게 문을 닫고 11시에 시작하는 뒷풀이에 어찌 감히......


물론 무작정 당하지만은 않았다. '11시 통금이 웬말이냐' 진저리를 치면서도 부모님이 혼내기 애매하게 11시 10분, 그 다음에는 11시 20분에 귀가하며 소심하게 반항도 해봤다. 그러나 나는 스무살 성인이 되어서도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집에 가는 애였다. 


밤새 술을 퍼 마셔보지도 못한 채 대학 생활이 지나 갔고, 졸업이 다가왔다. 마지막 학기를 앞둔 여름방학부터 온통 취업 준비로 시끌시끌했다. 교환학생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한 학기, 인턴 근무로 한 학기, 그렇게 1년을 휴학하고 돌아오니 취업한 동기들도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따라 교내에서 열리는 취업 설명회와 박람회를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노트북을 이고 지고 다니며 공강 때마다 친구들돠 모여서 '자소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살아온 모습 절반, 내가 바라는 모습 절반을 교묘하게 섞어서 USB에 차곡차곡 쌓아갔다. USB를 돈보다도 소중하게 지갑에 꽂아 넣고 약속 사이사이 자투리 시간을 PC방에 살았다. 대학에 가면 실컷 놀 수 있다던 사람들 누구야. 다 나와. 싹 다 불러 모아 모조리 때려주고 싶었다. 5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왜 반드시 취업해야 하는지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 채. 그렇게 등 떠밀리듯이 취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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