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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Oct 12. 2017

응원하고 싶은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


A+E 네트웍스


미국 디즈니사는 사업 분야가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애니메이션 제작과 캐릭터 사업에서 시작하여, 디즈니랜드 리조트와 호텔, 스파, 케이블 채널 운영까지 한다. 소속 채널로 미국의 스포츠 채널 ESPN, 디즈니 주니어, 디즈니 시네매직, 디즈니 시네마, 라디오 디즈니, 인도에선 훈가마가 있다. 코스모폴리탄, 하퍼스바자, 엘르로 유명한 허스트와 지분을 5대5 공동 소유한 A+E 네트웍스도 있다. (허스트는 ESPN의 공동 소유자이기도 하다)


A+E 네트웍스(에이앤이네트웍스)는 한국으로 치면 CJ E&M이다. 히스토리, 라이프타임, FYI 등 케이블 채널 여럿을 운영한다. 물론 프로그램 제작도 한다. 이중 내 관심을 끈 건 라이프타임이다.

A+E네트웍스는 10월 12일 한국에 채널을 론칭했다. 사진은 행사 모습.




나를 찾는 즐거움, 라이프타임


라이프타임은 이름만 보면 TV조선 만물상 같은 생활 정보 채널인가 싶은데 그건 아니다. 여성 시청자를 노린 케이블 채널이다.



라이프타임은 1984년 미국에서 개국하여 드라마, 예능, 버라이어티, 영화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선보인다. 물론 주인공과 타깃 시청자는 여성이다. 미국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라이프타임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에도 시청자를 확보했다. 올해부턴 한국 시청자도 노린다.


한국에선 여성 시청자를 공략하는 TV프로그램이라 하면, 회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일일드라마를 떠오르는데 라이프타임은 여성이 자신을 존중하기를 모토로 한다.


라이프타임 트위터 한국 계정에서는 ‘글로벌 리딩 여성 브랜드’라고 소갯말을 쓴다. 홈페이지에 가니 채널에 따라붙는 표현이 ‘나를 찾는 즐거움’이다.

라이프타임 홈페이지 소갯말


채널 론칭 행사에서 소영선 A+E 네트웍스코리아 대표는


소영선 A+E네트웍스코리아 대표.
“한국 여성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본인을 있는 그대로
칭찬하고 사랑하고 축하하는 경험을 나누려고 노력한다”


고 말했다. 소 대표는 여성으로서 지금 나이에, 지금의 위치에 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이다. 깊은 대화를 나눈 적 없지만, 그냥 이 말에서 괜히 울컥했다.


더 멋지거나 예쁘거나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 는 말. 이런 말을 들을며 자랐을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여자는 더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남자들과 동등하게 취급받기 어렵다’는 말을 남자한테든 여자한테든 들어온 터라 늘 ‘나는 모자르다’고 생각했다. ‘뭐, 어때. 넌 지금 충분해’란 메시지를 TV에서 듣는 시절이 오니 신기하다.


이렇게 말해놓고선 드물디 드문 여성 CEO, 대통령, 총리 등 흔한 말로 “쟨, 여자가 아니야”란 말 슈퍼 인종을 출연진으로 삼으면 곤란하다. 다행히도 라이프타임은 어줍잖은 계몽 콘텐츠 대신 공감할 콘텐츠를 제작한다.




아이돌의 엄마에 주목한 아이돌맘



한국에서 제작 확정한 프로그램 세 편이 있다. 20대 여성 네 명이 주인공인 오피스 드라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아이돌을 꿈꾸는 자녀를 둔 엄마가 나오는 리얼리티 ‘아이돌맘’, 요리에 재능 있는 아이와 요리 전문가가 대결하는 리얼리티 ‘맛짱대결: MAN vs CHILD’가 방영 예정이거나 제작을 앞두고 있다.


이중에 ‘아이돌맘’이 흥미롭다. 흥행을 보장하는 소재인 아이돌을 다루면서 포인트를 살짝 틀었다. K팝스타나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이 아이돌 지망생에게 오디션 통과라는 미션을 주고, 그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면 라이프타임의 ‘아이돌맘’은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의 부모, 엄마를 다룬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방영한 ‘댄스맘’을 한국 실정에 바꿔 제작한 것으로, 댄스대회에 출전하는 여자아이와 그 엄마, 코치를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동안 과한 설정으로 비판 받았는데 라이프타임은 아이들에 짐 하나 얹어 부모까지 스크린으로 끌어와서 이야기를 어찌 풀어나갈지 기대된다.


아이돌맘의 모티브인 '댄스맘' 시즌 7 중




SK브로드밴드랑 만드는 드라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동명의 웹툰(작가: 냥냥돌이)을 원작으로 한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삼십대 중반인 내가 보기엔 늦은 감이 있다. (이런 드라마 왜 이제나오는겁니꽈-)


코미카에서 볼 수 있다. 웹툰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들'


십여 년 전의 나를 더듬어 보면 내 또래를 다룬, 이래도 되는지, 다른 걸 해야 하는지, 길을 잘못 들어섰는지 확인할 만화, 소설, 영화, 드라마를 찾아다녔다. 주위에 조언을 구하지, 왜 미디어에 기대려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때 내가 처한 상황은 한숨만 난다. 엄마는 나와 너무 다른 삶을 살고, 또래인데 나이가 약간 많은 이들은 ‘여자의 적은 여자 아니야?’ 따위의 말을 하거나 스무살의 나를 앉혀 두고 ‘여자는 같은 이십 대라도 나이 받침이 달라지면 그걸로 간거야’라며 갈비탕에 밥 말아 오물오물 씹었다. TV에선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 남편한테 ‘여편네’ 소리 듣는 사람이 등장인물인 드라마만 나왔다. (한국 드라마는 지금도 이렇다. 드라마국장 안목은 썩었다. 한국 드라마에 염증 느끼는 게 이런 이유) 이야기가 샜는데 그때에 기댈 만한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있었다 해도 찾을 줄 몰랐으니 늘 막막했다. 이제라도 이런 드라마가 나온다니, 반응이 좋아 시리즈로 제작되면 좋겠다.


(콘셉트는 좋은데 티저 영상조차 안 나온 상황이라 막연한 기대만 품는다. 그저... 얼토당토 않은 커리어우먼과 수더분한 친구, 로맨스만 중요할 뿐 인간사 다 관심없는 등장인물 따윈 안 나오길 바랄 뿐이다. 이런 시놉엔 지쳤다.)



길게 소개했으나 한국에서 방영하려면 한참 멀었다. 드라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11월 방영 예정이며, ‘아이돌맘’과 ‘맛짱대결’은 제작 예정이다. 아이돌맘은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다는 정보만 공개된 수준이다. 2017년은 두 달 반밖에 안 남았는데...


당장 방영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없으니, 라이프타임은 한동안 미국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을 한국에 송출하는 채널로 운영된다.


라이프타임 코리아에서 방영할 프로그램 '댄스맘', '언리얼', '하우스메이크오버', '중매했어요', '타이니하우스', '맛짱대결'


아이돌맘의 모티브가 된 댄스맘은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 밤 11시, 방송가의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 ‘언리얼’은 월요일 밤 10시, 초소형 집을 짓는 인테리어 방송 ‘타이니하우스’는 수요일 밤 12시, 미국판 러브하우스 ‘하우스 메이크오버’는 목요일 밤 10시 방영된다.


끝으로, 십여 년 전 김치녀, 된장녀부터 시작하여 한국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려 하면 엉뚱한 논란으로 번지곤했다. 라이프타임의 등장이 반가우나 굳이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서 괜한 문제만 일으키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채널 라이프타임의 브랜드 전도사인 배우 김유정. 아역으로 시작해 성인 연기자로 입지를 다진 그처럼 라이프타임도 차근차근 성장하겠노란 의도로 섭외했다고.


이런 걱정에 앨런 호지스 A+E 네트웍스 아시아 태평양 총괄 사장은 라이프타임은 국가마다 다른 전략으로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출시했다면서 "우리가 한국에 진출한 것, 우리 브랜드 만으로 (한국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논란을 일어야 매체력도 생길 터이니 앨런 총괄 사장의 덤덤한 답변이 이해간다.


라이프타임은 10월 12일부터 KT올레TV 78, SK BTV 213, LGU+ TV 83, 스카이라이프 86으로 송출한다. 온라인에서는 모든 채널에서 @LifetimeKorea 를 찾으면 된다.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TV, 인스타그램, 곰TV)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나는... 라이프타임이 언젠가 pooq에 들어오길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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