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건 마찬가지
퇴고나 반성이나 똑같다.
신나는 마음으로 단숨에 글을 썼다. 몇 시간 뒤에 다시 봤다. 엉터리가 따로 없다. 신중히 글을 고쳐도 시간이 지나면 빈틈이 보인다. 퇴고는 끝이 없다.
하루는 글을 고치는데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메시지가 일관되게 표현되는지, 더 바꿀 부분은 없는지 고민하며 집 앞을 걸었다. 문득 떠올랐다. 글은 거듭해서 고쳐도 부족한데 평소에 하는 생각과 말은?
글도 고치면 나아지듯 생각도 고치면 나아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반성한다. 반성에서도 주로 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메타인지와 보완이다. 부족한 점을 시인하고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건 누구나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수용하는 모습은 객관적이지 않다. 사람은 내면에 저장된 여러 유효한 모델을 바탕으로 기대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생각과 말에 합리성을 끊임없이 부여한다.
그래서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섣부르고 경솔한지 알아야 한다. 이걸 달성하기 위해 문제점을 관념에 두면 안 된다. 하루를 돌아보며 고쳐야 할 생각과 말을 기록한다. 수면 위로 끄집어내야 한다. 퇴고나 반성이나 똑같다. 무조건 고칠 점이 있다고 생각해야 보인다.
기록으로 옮기면 이제 보완할 차례다. 부족했던 때로 돌아가 본다. 상대 처지에선 어땠는지 다른 관점은 없었는지 찾는다. 어떻게 해야 그나마 나은 생각과 말이었을지 고민해 본다.
이런 식으로 반성이 쌓이면 특정 패턴이 나온다. 어느 장소나 누구와 있을 때 유난히 들뜨거나 가라앉는지 알 수 있다. 나중에는 비슷한 상황이 오면 알아차릴 수 있다. 그때 조심할 수 있게 된다.
단기간에 바뀌긴 어렵다. 헬스 몇 주 한다고 보디빌더가 될 수 없듯 생각과 말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걸려야 만족할지 모르겠다. 몇 년을 써도 내 일기에는 반성할 점이 수두룩하게 적힌다.
요즘 테니스가 좋아 빠져 산다. 실력을 높이고 싶어 유명 선수들의 자세를 분석한다. 내 영상을 찍어 무엇이 문제인지 두 번, 세 번 본다. 테니스 잘 치고 싶어서 이렇게 시간을 쓰는데, 정작 더 중요한 내면의 성장에는 소홀했다. 자신을 퇴고하는 데 쓰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또다시 반성이다.
오늘도 성숙하다 생각하고 거침없이 말했다. 밤에 다시 돌아봤다. 엉터리가 따로 없다. 신중히 생각하고 말해도 시간이 지나면 빈틈이 보인다. 반성은 끝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