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가 나를 바꿨다.
“인스타에 글 올리신 거 처음부터 보고 있었어요. 언제 또 글이 올라와요?”
작년 10월. 가끔 가는 펍에서 사장님이 이렇게 말했다. 놀랐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도 있구나. 몸 둘 바를 몰랐다. 누군가의 글을 시간 내어 읽어준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구나.
연말에 다시 그 펍에 갔다. 사장님과 내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요즘 고민을 꺼냈다. “제 글이 길어서 사람들이 읽지 않을 거 같아요. 더 짧게 써야 하나 생각 중이에요.”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전 지금도 좋아요. 그냥 그대로 써도 좋을 거 같은데요?” 내 글에서 솔직함과 용기가 느껴진다고 하며 내 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줬다. 그날은 유난히 잔을 자주 부딪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눈앞은 흐리고 귀는 먹먹했다. 그런데 사장님의 목소리만큼은 또렷했다.
이후 몇 개월을 쉬었고 다시 글을 쓸 때마다 걱정했다.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달이 잘 안 되면 어떡하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노트북에 떠 있는 흰 배경에 커서가 쉴 새 없이 깜빡였다. 나는 멍한 채 가만히 있었다. 노트북 덮개를 닫았다.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그 펍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그냥 그대로 써도 좋을 거 같은데요?“ 담뱃불을 껐다. 집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