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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oN Apr 02. 2021

빨간 색연필

청년 투표율 80%의 비밀

국가, 정부,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가장 강력한 한 방은 바로 투표이다.

나의 의견은 곧바로 결과로 나타난다. 물론 그 하나가 작고 연약하여 빛을 발할 수 없게 되기도 하지만 강력한 한방은 어떤 방법보다 참여에 대한 대가가 큰 것이 투표이다.

드래곤 볼에서 손오공이 마지막에 온 우주의 기를 모아 원기 구슬을 만들어 악당에게 최후의 한 방을 날리는 것처럼

내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모여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그 한 방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투표이다.


네덜란드는 한국과 달리 비례대표제이며 내각 책임제 그리고 양원제이다. 나는 네덜란드에 투표를 할 때마다 생각한다. 한국이 네덜란드와 같은 정치 시스템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똑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연합정부를 만들어내는 그런 나라가 되면... 진짜, 거대 양당에서 나오는 사기꾼들이 다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물론  여기도 정치 사기꾼이 없는 건 아니다. ^^



네덜란드의 2021년 투표는 1918년 이후 29번째 투표였다. 올 해는 많은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의회 선거에 등록된 정당은 37개,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당이 등록한 선거였다. 다당제의 자태를 너무도 출중하게 들어내 보인 선거였다. 37개 당에 공식 출마자는 1,579명으로 정당수가 많으니 당연히 출마자 수도 많다.

그렇다면 의회에 진출한 당은 몇 개나 될까?

총 17개 당이 의회에 진출했다. 17개 당 가운데 4개는 신생당이다.

2021년 하원에 진출한 정당과 차지한 의석수


신생당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는  한번 정리해봐야겠다.

17개 정당이 당리당략을 구사하는 네덜란드 의회, 어떨 것 같은가?


잘 돌아간다. 왜냐하면 정부 구성을 할 때 가장 표를 많이 얻은 당이 주관하여 연합 정부를 구성하여 의석의 절반 75석 이상을 확보하고 정책 결정을 할 때 함께 목소리를 낸다.


네덜란드의 정치 수도 헤이그는 그 어떤 시기보다 요즈음 시끄럽다. 정부 협상은 시간이 무척 길게 조율될 때도 있고 쉽게 결정될 때도 있지만 의석 수를 어떻게든 과반수를 넘겨야 하기 때문에 몇 개의 정당이 각자의 당리당략을 제대로 협의하고 타협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똑똑하고 똘똘하게 임해야 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선거 때마다 아침에 유세 차량이 빵빵거리고 소리를 지르는 선거를 치르지 않아 좋다.

선거 기간에 대중 미디어는 큰 몫을 한다. 공영 방송을 통한 토론은 이들이 토론의 나라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토론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온 동네가 현수막으로 뒤덮이지 않아 좋다.

이렇게 말하면 네덜란드가 좋고 한국이 나쁘다는 말이냐라고 말할 사람이 있겠지만 좋은 점만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우선 당에서 선정된 비례대표들의 명단이 선거용 투표용지에 모두 기재된다. 1,579명 중 150명을 뽑는 것이다.

양원제로써 하원은 150석, 상원은 75석이다.

투표용지는 너무나 크고 길어서 기표를 위해 폈다가 다시 접는데 한참의 시간이 든다.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빨간 색연필로 뭘 기표했는 지를 옆 사람이 알게 될 수도 있을 정도였지만 다행히 코로나로 옆 투표 장소와는 거리를 두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아참, 또 특별했던 점 하나, 투표 기표에 개인이 사용한 빨간 색연필은 사용한 이후 내 것이 되는 점도 특별했다. 역사적인 일이라 아마도 이 색연필은 나중에 기념품으로 판매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잘 챙겨두었다가 높은 값으로 팔아볼 생각이다.^^

2백40만 명 이상이 70세 이상의 유권자였다는 것도 기록이지만 선거를 하루 만에 치르지 않고 노약자를 위해 3일간 투표일을 늘렸다는 점, 그리고 70세 이상은 우편 투표가 가능했다는 점도 특별히 눈여겨볼 수 있는 2021년 의회 선거의 특이점이었다.

해외에서 투표한 투표자도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가 참여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기록은 바로.

청년 투표율이 80%라는 점이다.

2017년에 비하면 전체 투표율은 81.9%에서 78.7%로 다소 하락했지만 청년 (18세~24세) 투표율은 67%에서 80%로 높아졌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어디에 투표했을까?

Ipsos의 연구에 따르면 올해 젊은이들이 주로 D66, VOLT, Denk 및 GroenLinks에 투표했다. 이 당들은 교육과 기후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이 명확한 당이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바로 교육과 기후라고 집계됐다. 교육은 예전에 교육 관련한 지원금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당 부분 교육 지원금이 대출금으로 둔갑해서 네덜란드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 빚더미에 앉아 빚 갚기에 허덕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국가가 지원하던 교육 지원금의 회복은 젊은 층들이 빚 걱정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기에 청년들의 희망 사항이다. 더불어 기후 문제에 있어 대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관심이었다.

기후 파괴로 인한 환경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지금, 환경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욕망 대로만 가다간, 우리의 공간은 언제 파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시시각각으로 우리 눈 앞에 현실로 되어 돌아왔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에 이동하는 차량이 확연히 떨어지고 사람들을 집에 붙들어 놓게 되니 자연은 금세 다른 모습을 한다. 인간 이외의 많은 생물들이 인간들의 바이러스 공격을 즐거워할 것 같다.

교육과 환경. 그 무엇보다 청년층에게 바로 마주한 주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주제에 직면한 청년층들이 그간에 관심 없었던 정치에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코로나 때문? 덕분?이다.

코로나로 청년들은 정치가 얼마나 그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되었고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민주주의의 가치인지를 깨닫게 된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년들 각 당의 정책을 어떻게 접할까?

37개 정당. 각 당들이 가진 정책을 정책 자료집으로 찾아보기는 너무 힘들다. 나 역시 이 모든 당에서 내가 생각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을 담고 있는 당은 어디일까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정당 가이드.

정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재단이나 정부 기관, 심지어 학교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들도 참여해서 정당 가이드를 만들고 있다. 정당 가이드는 20개 이상의 질문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결과지가 나오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과 가장 유사한 정당을 최종적으로 알려준다.

알려주는 정당의 정책을  살펴보면 내가 생각하는 정책들과 유사한 지를   있다. 그렇게 추천해주는 정당으로 선거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도 선거가 다는데...

원기 구슬 만들 준비 하셨나요?



오늘의 사진: (투표 기표용) 빨간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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