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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Aug 28. 2020

쿠팡 상담사, 배민을 배신하게 만들다

나는 프로 첫주문러다.

초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서비스들이 내놓는

첫주문 할인 쿠폰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방금 쿠팡 이츠도 그랬다.

맘카페에서 쿠팡 이츠 첫주문하면

7천원을 할인해준다는 글을 봤다.

마침 출출했다.

월급의 2할 정도는 선뜻 건넬 정도로

배민을 사랑했으나 7천원은 컸다.


제법 신이 나서 이런 저런 메뉴를

골라담고 주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뜬 화면을 보며 바로 알았다.

난 방금 법카로 결제했다. 헉.

취소해야 한다. 얼른!


이미 매장에서 주문을 접수했기에

취소는 불가했다.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배달 주문이 몰리는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생각보다 연결이 빨랐다.

무엇보다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로

“사랑합니다 고객님~”같은 걸 하지 않아 좋았다.


상담사 a님은 내게 일단

똑같은 메뉴를 다시 주문할 것을 권했다.

그게 확인되면 첫번째 카드 결제를

취소해준다고 했다.


깔끔한 솔루션에 동의했고

전화를 끊자마자 재주문에 돌입했다.

하지만 곧 좌절했다.

첫번째 주문이 취소되지 않은 까닭에

첫주문 할인쿠폰 7천원을 쓸 수 없었던 거다.


난 당황해서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고

이번엔 상담사 b님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했다.

b님은 방법이 없다고 했다.

2번째 결제를 진행해야만

1번째 결제를 취소할 수 있으니

2번째 결제에 할인을 적용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난 수긍했다.

b님의 설명엔 오류가 없었다.

오류는 10분 전 나의 손가락이 저질렀지.


공짜 밝히다 대머리 된다는 옛 속담을

곱씹으며 씁쓸해하던 찰나, 전화가 왔다.

a 상담사님이었다.


a님은 약간 당황한듯 했다.

“고객님! 재주문에 7천원 할인을 적용하지

않으셨더라구요.”


상황을 설명하는 내게 a 상담사님은

“아이고”하며 추임새를 넣으시더니

그러신다.


“제가 지금 두번째 주문 취소해드릴게요.

그럼 쿠폰이 다시 들어갈 거에요.

그걸로 꼭 할인 받아서 주문하셔요.”


언니같았다.

손해 보지 말고 니꺼 잘 챙기고 살라고

동생 챙겨주는 언니.


그리고 2가지를 생각했다.


b 상담사님은 할 일을 하셨다. 충분하다.

다만 a 상담사는 굳이 할 필요없는 일을 했고

그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선

내가 쿠팡이츠 사장이라면

이 분을 승진시킬거다.

내가 배민 사장이라면

이 분을 빼앗아올거다.

월급의 20%를 배달음식에 써대는

고객을 방금 단박에 확보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일터에서 이런 사람이 될 거다.

8시간 일하고 31일에 월급받는 직장인 말고

동료든 고객이든 ‘저 사람은 내 편이야’라

느끼게 하는 사람이 될 거다.


쿠팡이츠 윤희정 상담원님,

덕분에 저녁 잘 먹었고,

덕분에 좋은 거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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