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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Jun 12. 2022

적당히 미니멀라이프, 지속의 마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지도 6년 정도가 지났다.


작은 하숙집에서 옷가지를 정리하던 것부터 시작해, 몽땅 줄인 캐리어 하나로 유럽여행을 오랫동안 떠났던 일. 서울의 첫 자취방을 내 마음에 맞게 채워나가던 것부터 제주에 이주해 와서까지. 미니멀 라이프는 내가 어디에 있든 왜인지 한결같이 마음을 잡아주었다.






나도 내 감정을 모르고 방황할 때, 비움, 청소,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단순하게 두는 것은 원칙이 되어주었다. 그 원칙과 함께라면 내 정신은 무척이나 맑았고, 건강하고 즐거워졌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늘 물어봐주는 것. 단순함이 원칙이 된 하루는 무척이나 자유로웠다. 일어나서 좋은 습관을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었고, 맑은 정신에 좋은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아침마다 새로운 주제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립하는 것은 나에게 명료함을 주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것은 나와 같은 복잡한 사람이 단순하고 원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긍정적인 비움을 매번 생활화하는 것이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도 물론 어려움이 찾아왔다. 들여왔던 물건들이 낡고 더러워지는 것을 잊고 사용하게 될 때도 있었고, 몸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무엇이든 다시금 쌓이기 시작한다. 먼지와 같이. 그럴 때마다 그에 대한 글도 썼다. 왜 나는 좋았던 것들이 금방 시들해질까. 새로웠던 것들 중 진부함이 된 것은 무엇이며 좋은 익숙함이 된 것은 무엇일까.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중요한 것은 한 번의 비움이 아니었다. 매번 조금씩 즐겁게 하는 비움의 습관들. 매일 쓰는 다이어리나 일기. 매일 조금씩 하는 작은 취미들. 사소한 대화들. 간소한 요리. 작동하지 않는 물건은 고쳐주는 것, 모든 물건에는 쓰임이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은 내가 완벽하려고 하지 않고, 편안할 정도로만 하는 것. 부족한 대로 완전하니까.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아껴줄 수 있는 것. 이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내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것들을 다 잘할 수도, 다 가질 수도 없지만 나는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변화해나갈 생각들이나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할 환경이나 행동들도 두렵지 않다. 모두에게 적당하게 단순한 삶이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여기에서 자기에게 맞는 단순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것이 명료함이자 행복일 것이다.


You can always recognize truth by its beauty and simplicity.

진리는 언제나 아름다움과 단순함으로 인식할 수 있다. - 리처드 파인만


리처드 파인만의 말처럼 비움은 아름답다. 비움은 철학이다. 비움은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가장 단순한 것에서 본질적인 것들이 보인다. 인생에서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으나, 그 순간순간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명료해진다. 생각이 아닌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단순함. 선택을 행동으로 이끄는 미니멀 라이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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