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57/100)
공부하기 위한 글쓰기 001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업들도 MBTI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신규 직원 채용 시 MBTI를 묻기도 합니다. 너 T야 같은 유행어도 나왔었고요.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MBTI 결과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발견하고, 그 결과가 자신에게 맞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심리학 용어인 포러 효과(또는 바넘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포러 효과는 사람들이 모호하고 일반적인 진술을 자신에게 특별히 맞는다고 느끼는 심리적 경향을 뜻합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MBTI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혈액형 성격론이나 명리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혈액형 성격론과 명리학 또한 사람들의 성격을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격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유사성은 사람들이 자신을 특정 유형으로 정의하고 싶어 하는 문화적 성향을 반영합니다. 사실, 그래서 4가지 혈액형 유형보다는 16가지로 유형화되는 게 그래도 낫지 않나 하는 이야기도 있었죠.
다시, 이러한 포러 효과는 1948년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Bertram Forer)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포러는 학생들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한 후,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일반적인 성격 묘사를 제공했습니다. 학생들은 이 분석이 자신에게 매우 잘 맞는다고 평가했으며, 5점 만점에 평균 4.30점을 주었습니다. 수백 번의 반복 실험에서도 평균 4.2점을 유지했으며, 이는 사람들이 모호하고 일반적인 진술을 자신에게 맞는 특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때때로 자신감이 넘치지만, 가끔은 불안감을 느낍니다"와 같은 모호한 진술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포러 효과에 대한 또 다른 특징으로는 긍정적 내용에 대한 민감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성격 묘사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이를 자신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권위자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격 분석을 제공하는 사람이 권위자이거나 전문가로 인식될 경우, 포러 효과는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사실, 심리학자가 넌 이래!라고 설명하면 그냥 따르게 십상이죠.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메타인지가 부족하다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고요.
많이 알려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포러 효과를 강화시킵니다. 사람들이 이미 믿고 있는 정보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사람들이 모호한 성격 묘사를 자신에게 적용할 때, 자신의 특성과 일치하는 부분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초기에 무언가 입력값이 주어지면 그것에 근거하여 계속 확산하는 게, 인공지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여하튼, 한 가지라도 나와 같은 영역의 묘사가 있으면 그것을 기반으로 확대 재생산하기 쉽겠죠.
또, 자기 검증 이론(Self-verification Theory)과도 연결됩니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모호한 설명을 받아들여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자아 개념을 형성하려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이는 개인이 모호한 성격 묘사를 받아들일 때, 자신의 자아 개념을 강화하고 안정화하려는 동기를 반영합니다. 사실 사람은 모순적이고, 다면적인 존재이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겠죠. 낙인은 싫어하지만, 또 누군가가 나를 규정해 주길 바란다니, 참 사람은 어려운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고, 모호한 성격 묘사를 자신에게 특별히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자기 관련 편향(Self-relevance Bias)이지요. 이러현 편향을 통해서, 아전인수!처럼, 자신의 역사에서 들어맞는 사례를 가지고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겠죠. 뭐 이것도 충분히 나쁘지만 남들에게도 너는 이럴 것이야,라고 판단하기도 하고요. 뭐 반복입니다. 사람이라는 판단 기관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방증이겠지요.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모호한 것을 회피하고자 합니다. (Ambiguity Avoidance) 그렇기에, 모호한 성격 묘사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모호성을 줄이려는 심리가 되기 쉽죠. 결국, 나에 대한 모호함도 싫지만, 내가 커뮤니케이션하는 타인에 대한 모호성은 더 싫은 것이죠. 우리는 평생 남을 100%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어떻게든 범주화하여 넌 이럴 것이다라고 그룹 지어 버리고 싶은 거죠. 나에 대해서도, 그리고 남에 대해서도 그래서 MBTI를 기반으로 범주화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걸, 어쩌면 타자화 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나는 E과 저들은 I 야. 나는 T인데 쟤는 F라서 대화하기 힘들어. 커뮤니케이션이란 쌍방의 책무임에도 이렇게 너와 나는 다르고 - 또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까지 엮여서 뭔가, 아주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됩니다.
포러효과를 공부하면서. 또 생각해 보면 보이스피싱도 이와 비슷한 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죠? 저렇죠?"와 같은 질문을 하며 일반적인 진술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을 믿게 만듭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며, 권위를 빌려 "검찰청입니다", "아드님이 누구 맞죠?"와 같은 발언을 통해 신뢰를 조작하고 개인화된 정보를 이용합니다. 물론 포러 효과만으로 보이스피싱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얼마나 일반적인 진술에 자신을 맞추고 권위에 저항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포러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개입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포러 효과가 인지적 왜곡이라는 점과 그 작동 방식을 설명하면, 바넘 진술을 덜 정확하게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관련 링크 이는 일종의 메타인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수록, 사람들은 이러한 진술들에 덜 휘둘릴 수 있을 것입니다. 고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겠죠.
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공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