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회피형이었던 바그너

예술가의 이야기

by 레몬푸딩

낭만주의 작곡가 가운데서도
가장 극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 중 한 명,
리하르트 바그너.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아이러니하게도 **‘도피’**라 할 수 있다.


바그너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빚을 지고, 도망치며, 그 와중에 음악을 쓴 작곡가.”


그는 젊은 시절부터 경제 관념이 거의 없었다.
항상 자신의 수입을 훨씬 초과하는 생활을 했고,
오페라 작곡가로 명성을 얻기 전까지는
작품만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 결과, 그의 삶에는 늘 빚이 따라다녔다.


채무는 곧 이동을 의미했다.
바그너는 채권자들을 피해
도시를 옮기고 또 옮겨야 했다.
독일의 여러 도시를 떠돌다 파리로 향했고,
이후에는 스위스 등지로 이동하며
사실상 망명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갔다.


채무는 곧 이동을 의미했다.
바그너는 채권자들을 피해
도시를 옮기고 또 옮겨야 했다.
독일의 여러 도시를 떠돌다 파리로 향했고,
이후에는 스위스 등지로 이동하며
사실상 망명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갔다.


이 여정은 낭만적인 예술 유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발적인 여행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존을 위한 도피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음악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바그너의 작품들 상당수가
바로 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시기에 탄생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안정된 삶이 아니라,
쫓기는 삶 속에서
그는 가장 거대하고 급진적인 음악적 구상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