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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ㅎ Nov 09. 2019

책방 곳곳 01. 부산 <책방 동주>

아기자기한 자연과학 동네 책방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많은 책들을 감명 깊게 읽었고, 그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그렇게 수십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어느덧 내가 읽었던 책들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 졌다. 그래서 1년 간 독서모임을 3개씩이나 전전하며 활동했지만, 그럼에도 책과 나눔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책이 좋아 서점을 운영한다는 김소영 아나운서의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책이 떠올랐다. 나도, 언젠가 나의 책방을 운영할 수 있을까. 내가 만든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책을 나눈다면, 참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다른 (외국의) 책방들을 탐방했던 것처럼, 나 또한 (아직 책방을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책방을 다니면서 동네서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과 운영방식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방 곳곳의 기록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책방은 많으니, 그만큼 기록할 내용들도, 배울 내용들도 많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에서야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 되었다.


처음 가 보려고 몇 주 전부터 생각했던 곳은 바로, 부산 망미동에 위치한 <책방 동주>.



 

1. 책방 동주 (부산 수영구 과정로 15번 길 8-1)

2. 방문 날짜 : 2019년 11월 9일 

3. 화요일, 일요일 휴무 / 14시~19시 운영, 수익 50% 동식물에 기부

4. 부산에 위치한 자연과학 전문 동네 책방.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서, 책방의 이름에 끌려 투어의 첫 책방으로 선택했지만 알고 보니 사장님의 성함이 '이동주'님이었다는 사실. 하긴, 자연과학 전문 책방인데 윤동주 시인의 이름을 딴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가게 한편에 걸린 태극기와 윤동주 시인의 코너를 보고 있으니 영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선명한 색감의 외관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입구에서만 3-4개 이상 보이는 공룡 로고는 책방 구석구석 찾아볼 수 있다. 저 로고만 보아도 책방 동주가 떠오를 것 같다. 마케팅은 이렇게 하는 것인가(아닌가).


사장님은 강연으로 인해 부재중이셔서 목요 책방지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미리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친절한 책방지기.

자연과학 전문 책방이라서 조금 딱딱한 느낌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은 내 편견이었다.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책방이었다. 핼러윈을 맞이해서 현미경에 마법사의 모자를 씌워놓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책방은 작은 규모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3층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

1층은 책을 판매하고 있고, 두 계단만 올라가면 책방지기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3층에는 다락방이 있어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책방이 워낙 조용한터라, 저 다락방에서 책을 읽으려면 나 같은 사람은 꽤나 용기가 필요할 것 같기도.

책방은 작았지만 책을 빽빽하게 둘러싸인 공간이 전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과학 도서 중심이기는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독립 도서들도 꽤 많이 볼 수 있었고, 에세이, 동화책 등의 책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곳곳에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다. (냥줍, 너무 귀엽지 않은가)

책장에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일러스트 우표도 있기에 헉해서 구입하려 했다. 알고 보니 장식품.

책방 곳곳에 라프라스가 왜 이렇게 많지 했는데, 알고 보니 책방의 마스코트였다. (그 많은 아이들이 분양용이었다니) 플레시오 사우르스라는 종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책방 동주에는 라프라스뿐 아니라, 마스코트가 그려진 다양한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다. 클립, 마스킹 테이프, 심지어 손거울까지도. 아, 책방 도장도 비치되어 있다! (도장 좋아함)

추천도서들이 다 재미있어 보여서, 한 권을 선택하기가 고민되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포장이 된 블라인드 북을 구입했다. 나처럼 결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때로 모르는 것이 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12천 원짜리 블라인드 북을 할 것이냐, 13천 원짜리 블라인드 북을 할 것이냐를 한참 동안이나 고민한 나란 사람.

책방 한편에 자리한 윤동주 시인 코너. 그의 모습은 보고 또 보아도 마음이 아린다.

그리고 바로 옆은 책방 동주를 찾은 많은 손님들의 기록.

책방에 대한 손님들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동네 책방이다 보니 대형서점처럼 많은 책을 두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종종 책을 주문받는 듯했다. 주문 도서를 이렇게 따로 분류해놓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으로 블라인드 북을 한 권 구입했다.

책을 구입하면 옛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처럼 도서카드를 남긴다. 도서카드 한 장을 다 채우면 소정의 선물을 준다고 한다. 귀여운 아이디어.

기념으로 블라인드 북을 한 권 구입했다. 내 취향을 닮은 포장이다.

게다가 가격표에도 마스코트가 찍혀 있는 것이 귀엽다. 이런 디테일을 아주 사랑한다.

집에 오기까지 참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포장을 풀어보았다.

자연과학 관련 책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에세이가 등장했다. 하지만, 꽤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앞으로도 책방을 다녀오면 그림으로 기록을 한 번 더 남겨보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팔레트를 꺼내 들었다.

블라인드 북 포장지에 있던 도장 라벨지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붙여버렸다.

서점의 외관과 구입한 책, 그리고 귀여웠던 디테일.

이 작은 한 장에도 마스코트가 6번이나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  

오랜만에 스케치 없이 원터치로.

역시 다 그리고 나니 매우 뿌듯하다. 힘들어도 이 맛에 그림 그린다.



V <책방 동주>의 포인트

- 선명한 색감의 외관

- '자연과학'이라는 뚜렷한 테마

- (활용을 많이 하는지 궁금하지만) 책 읽는 다락방

- 공룡 마스코트 활용도 최고 (기념도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음)

- 도서 카드로 구입 내역을 정리하는 아이디어

- 신청도서 따로 배치

- 블라인드 북

- 가게 곳곳 귀여운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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