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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생 Oct 02. 2022

골프 왜 안해? 호캉스 갈까? 파인다이닝 어때?

I. 현실편 - 2030의 허세 인플레이션

  요즘 2030의 가장 핫한 취미는 골프다. 호캉스는 돈벌기 시작한 2030들에게는 거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한참 유행했던 오마카세를 넘어 비슷하지만 더 다양하고 비싼 코스 요리인 파인다이닝이 유행하는 중이다. 이런 골프, 호캉스,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등이 유행하게 된 데에는 코로나가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 규제가 시행되었으며, 외부 활동이 많이 줄고 해외여행을 못가게 되면서 쓰지 않는 돈으로 평소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파인다이닝, 출처 : mbc 나혼자산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인 현재 거리두기 규제는 거의 해제되었으며 남은 규제도 형식적으로만 남았을 뿐이다. 코로나로 인한 야외활동이 풀려가니 이제 2030도 다양한 취미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아직 골프, 호캉스, 오마카세, 파인다이닝은 2030의 핫한 주력 아이템으로 남아있다. 이유가 뭘까?

출처 : 유튜브 부읽남 TV


  다음 그림을 살펴보자. 허세에도 등급이 존재한다. 그리고 언급했던 골프, 호캉스, 파인다이닝 등은 전부 하위 등급의 허세에 속한다. 예전보다 낮아진 비용으로 부릴 수 있는 내 월급 안에서 가능한 허세인 셈이다.


  골프 비용이 많이 저렴해져서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허세인들은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골프가 예전보다 저렴해진 것은 분명히 맞다. 스크린이나 연습 비용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러나 저렴해졌다고 해서 전체 골프 이용 금액은 2030에게는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당장 골프 웨어만 당장 구입하러 가봐도 가격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옷들의 경우 조금 괜찮은 것으로만 구입해도 상의만 20만원 이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옷만 필요한가? 골프채도, 골프백도 구입해야하고. 적지 않은 비용으로 필드도 나가야한다. 골프 비용이 많이 저렴해졌다고 하더라도 결코 적지는 않은데, 문제는 2030의 월급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는가? 그렇지 않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연봉이나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기업도 대기업마다 처우가 너무 달라서, 같은 삼성이라고 해도 계열사마다 연봉과 복지가 굉장히 다르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기분전환하고 내 일 더 열심히 하면 그게 투자 아니야? 응, 아니다. 당신이 경제 관련 서적을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하다못해 유튜브 경제 관련 영상을 몇 개만 봐도 투자에 있어서 목돈 모으기의 소중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젊은 날의 한 푼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로 돌아온다. 모아도 집도 못사는 현실이라고? 지금 집값 떨어지고 있는거 보이지 않나. 영원한 자산 가격의 상승도 하락도 없다. 왜 경제 공부를 통해 자산을 쌓을 기회를 붙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비관적으로만 판단하는가? 위의 사진 속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연예인은 목돈을 모으는 단계를 넘어 이미 엄청난 부를 쌓았고 즐길만한 여력이 넘치기에 저렇게 즐기는 것이다. 없는 돈을 쪼개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것과 안정적인 자산을 쌓은 후 즐기는 파인다이닝은 질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다시 항변한다. 내가 왜 꼭 투자를 해야 하는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내가 오늘 즐거운 인생을 살고 내 돈으로 기분전환하겠다는데 무슨 꼰대같은 소리냐고.

  정말 신기하게도 어떤 시대에서건 현재만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바로 젊은 2030은 높은 확률로 40대가 되고, 50대가 될 것이며, 의학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여 더욱 높아진 확률로 최소 80대 이상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2030은 앞으로 높은 확률로 적어도 60대 이상의 삶을 살아간다. 주변의 60대 분들이 보이는가? 너는 왜 그렇게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가? 젊은이들 대다수는 의학발전으로 인해 아주 높은 확률로 죽지않고 살아서 늙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를 다니는 경우 40대 중반부터 곧 명퇴의 압박을 받을 것이며, 사내 정치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대부분은 조만간 스스로 회사를 나오게 될 것이다. 노후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그때서야 치킨 업계를 만만하게 보고 뛰어들 것인가? 퇴직 후에는 뭘 할 것인가? 그 때서야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인가?


  그렇다고 무조건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 투자이고 어떤 것이 낭비인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투자"는 앞으로의 내 커리어와 생활에 발전적인 방향을 가져다 준다. "낭비"는 내 생활에 발전적인 변화는 없으면서 기분전환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할 만큼의 지출을 뜻한다. 기분전환이 나쁘진 않으나 돈을 모아서 기분전환을 해야 한다면 이미 내 경제적 능력을 벗어난 낭비가 된다. 따라서 골프도 투자가 될 수 있고, 낭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영업직이거나 내 사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사업적인 만남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골프는 투자가 된다. 내 월급으로 스크린 골프장이나 연습실까지는 괜찮지만 장비를 구입하고 필드를 나가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경우이고 인스타 업로드가 그렇게 중요해서 사진이나 많이 찍어댄다면 이는 낭비에 해당한다. 호캉스도 마찬가지다. 그 유명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호캉스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내 오랜 추억의 상처들이 깊게 베인 집을 벗어나, 정리된 호텔에서의 새로운 기분으로 글을 쓴다는 것. 여기서 조심할 점은 그는 작가이고 호텔 가서 그런 기분으로 글을 쓴다. 이는 분명한 투자다. 그러나 2030의 대부분은 호텔가서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사진찍고 조식을 먹으며 사진찍고, 야경을 보며 사진찍고, 객실에서 맛있는 것 사서 술마시고 돌아오지 않는가? 골프와 호캉스와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당신, 당신은 투자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낭비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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