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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tripper Jan 07. 2016

프롤로그

취미는 이직 특기는 퇴사를 시작하며

여러 가지 선택항이 있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자신의 욕망에 부합하는 하나를 찾아내는 것, 아니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배제해 나가면서 마침내 어떤 하나를 고르는 것.

이것을 꿈 또는 직업의 문제에 대입해보자면 전자는 뛰어난 재능이나 명확한 목표 의식이 있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뚜렷하게 알고 단단한 걸음을 걷는 사람일 테고, 후자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 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없어 이 길 앞에서 서성, 저 길 앞에서 서성대는 사람일 테다. 나로 말하자면 전자인 줄 알았더니 아뿔싸! 후자여서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길이 사라진 기분을 느끼며 헤매고 있는 사람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직 단 한 가지, 라디오 작가였다.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꿈을 이루었고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꿈을 깨뜨리기도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후로 여러가지 일을 해봤다. 더러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를 가져보기도 했지만 대체로 나는 그 일들이 마뜩치 않았다. 일도 싫었고 회사는 더더욱 싫었고(상사들은 최악으로 싫었으며) 그 싫은 것들을 견디거나 견디지 못하는 내가 제일 싫었다.

여러 번의 이직과 퇴직의 바통터치를 하는 동안 이직의 여왕, 취미가 이직, ㅂㅎㅎ가 또... 같은 별명이 붙었다. 어느덧 누더기 같아진 이력서를 보며 나 스스로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두 달 전 그만둔 회사를 끝으로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배포 크게 천명했지만 솔직히 그 말을 책임질 자신은 없다. 이놈의 나라에서 사실 가장 속편한 것은 (비록 쥐똥만큼일지라도) 매달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회사원이기 때문이다.

나의 미래는 나도, 용한 점쟁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지나온 길만은 선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 길을 되짚어 걸어보면 앞으로 내딛는 걸음에 조금은 힘이 실리지 않을까, 흐릿하게만 보였던 내 욕망이 원하는 그것을 단 번에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취미는 이직, 특기는 퇴사'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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