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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만년필 Jul 16. 2015

만년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3]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다가

딸아이의 머리를 가끔 말려주곤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초등학생 딸 아이의 머리를 말려주곤 하는데

어깨 아래로 내려진 긴 머리칼을 말리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리고 손이 간다. 

남들, 특히 남자들이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한 평생 이런 긴 머리를 관리해야 하는 여성들도 

참 고달프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점에서 남자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머리카락은 펜, 물은 잉크 그리고 수건은 종이

며칠 전 아침에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머리 말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는 것이랑 

만년필로 종이에 글을 쓰는 과정이랑 원리는 같지 않은가?

머리카락을 만년필 촉으로 생각하고 머리카락에 묻은 물은 잉크로, 

그리고 수건은 종이라고 생각해보자. 


잉크저장소에서 나온 잉크는 펜촉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마치 젖은 머리칼과 같다. 

이 것을 마른 수건이  머리칼로부터 수분을 뺏아 가는 것이다.

수건이 머리칼의 수분을 뺏아가는 이 과정의 원인은 

대략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평형을 지향하는 성질이다. 

(혹자는 엔트로피 증가 개념을 떠올려도 될 듯하다.)

머리칼의 수분함량이 수건보다 높다. 

따라서 수분함량의 평형을 위해 수분이 수건 쪽으로 넘어간다. 

물에 흥건한 수건을 생각해보면 쉽다. 

물에 젖은 수건으로는 머리를 말릴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 요소는 머리카락과 

수건의 줄다리기에서 수건이 이긴다는 것이다. 

물분자를 사이에 두고 머리카락과 수건의 섬유 성분 간에 

서로 끌어당김이 발생하는데 수건의 섬유의 당기는 힘이 

머리카락보다 물을 당기는 것보다 세어서 머리카락의 

물이 수건으로 넘어가고 결국 우리는 머리카락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

결국은 줄다리기의 문제

실제 이 예는 필기구에 적용되고 있다. 

동양의 서예 붓이 그렇지 않은가? 

보통 동물의 털로 만든다고 알고 있는데 먹을 머금은 붓의 털이 

종이와 맞닿을 때 붓털의 먹이 종이로 빨려간다. 

머리 말리는 경우로 생각하면 우리는 붓으로 글을 쓰면서 

붓을 말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는 경우를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수건이 아닌 비닐로 버리를 감싸고 털면 머리가 잘 마를까? 

아닐 것이다. 

비닐은 어느 정도 물을 묻혀가고 나면 더 이상 머리칼에서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다. 

물을 더 받아들이는 구조가 아닌 방수의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경험적으로 평형의 원리와 분자간의 인력(당김) 차이를 

적용하여 머리를 말리고 있는 것이다.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에서 출발해서

만년필로 종이에 글을 쓰는 과정이랑

수건으로 머리 말리는 거랑 연관을 맺어 봤다.




머리 말리는 그림 출처: http://egloos.zum.com/sekie/v/4778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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