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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만년필 Jul 24. 2015

만년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7]

나의 라미 사파리: 만년필 바로 쥐기

만년필이랑은 안 친해서요

살다 보면 가끔 남에게 만년필을 빌려 줄 때가 있다.

잠시 메모하거나 종이에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상대가 필기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전히 만년필 두 자루를 펜케이스에 넣어 다니는

나는 가끔 펜 하나를 꺼내 주는데

재밌다고 해야 할까, 십중팔구 상대는 당황한다.

만년필이랑은 안 친해서요

라고 자백(?) 하면서 펜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펜촉의 등을 아래로 두고 쓰거나 옆으로 뉘어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내가 잠시 다시 뺏어서 쓰는 시범을 보인 후 다시 건넨다.


뭐랄까,

자신의 소중한 만년필을 상대에게 빌려 줄 경우는

마치 자신의 차를 상대에게 운전하게 하는 그런 긴장감을 유발시키곤 한다.



어느 작가의 경우

언젠가 TV에서 어느 작가가 집필하는 장명을 본 적이 있다.

몽블랑 쇼팽으로 보이는 기종으로 열심히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었다.

당시 내 눈에 띈 것은 그 작가가 펜 등이 종이로 향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렇게 써도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봐온 만년필 사용 설명서나 그 작가를 제외한 사람은 모두 펜촉의

등이 위를 향하게 하고 펜을 사용하더라.


요즘은 여러 형태의 펜촉이 등장하는터라 

획일적으로 주장하기는 어려울 듯하나 

'만년필과 공룡 멸종'이야기 편[글 번호 02]에서 다뤘듯이

펜촉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특수합금이 종이와 닿는 부분에

덧 붙여 있는 펜들을 보자면 펜촉 등이 위를 향하는 게 맞다고 본다.



친절한 사파리씨

그런 면에서 라미 사파리는 초심자들에게 친절하게

만년필을 바르게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


라미 타임라인[글 번호 16] 편에서 다뤘듯이 손잡이

부분이 독특하게 삼각기둥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그 특이한 모양으로 인해 눈 감고도 만년필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격 대비 효율성 등을 제외하더라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통한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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