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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Feb 02. 2024

월드컵 공원 테니스장 근무

조경기능사 시험에 합격하니 일자리는 있었다. 2013년 3월 어느 날 서부공원 녹지사업소 공원 녹지 분야 채용 공고가 났다. 응시 서류는 직접 사무실에 제출하고 시험장에. 1시까지 갔다.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아직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는데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젊은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채용 방식은 전문성을 테스트하고 70m 달리기로 35m 지점부터 20kg 물건 들고 달리기를 20초 이내 하는 조건이다. 바로 앞에 사람이 넘어지는 바람에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뛰었다. 19초로 간신히 통과했다. 여기서 탈락자가 많이 생겼다. 마지막 관문은 체력 시험에 합격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릴레이 추첨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뽑았다. 부정하게 합격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백 줄이 없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였다. 운이 좋게 합격했다. 최종적으로 23명 중 5명 안에 들어갔다. 검은 구름이 껴 보이지 않던 산이 환하게 보이 듯했다. 십 년 묵은 체중이 뚝 떨어진 것 같았다. 월드컵 경기장에 4월 1일부터 출근하라고 한다. 집에는 연락 안 했다. 나중에 한 번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수당도 180만 원 정도였다. 적잖은 돈이었다. 운 좋게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 동안 근무했다. 


하는 일은 공원 내 조경을 관리하는 일이었으나 나는 월드컵 공원 내에 있는 테니스장 관리를 맡았다. 나는 40년 이상 테니스 친 경험이 있어 테니스장 근무가 즐거웠다. 별도 사무실과 휴게실이 있었다. 구내식당 밥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군대 말로 특과였다. 겨울에 눈 오는 날은 귀찮았으나 회원들의 협조를 받아 눈을 치웠다. 관리에 어려운 점은 테니스장이 공원 내에 있어 일반 체육시설과 달리 음식과 음주를 못 하게 되어 있어 월례대회 끝내고 시원 맥주 한잔까지 못 마시게 하여 회원들 불만이 많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신바람 나게 일했다. 아쉽게도 계속 일할 수 없었다. 기간이 8개월이고 또다시 재계약해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경쟁을 해야 했다. 운 좋게 두 번째 당첨되어 2년 동안 일했다. 성실히 일한 공로로 2014년 8월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월급을 받아 보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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