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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Feb 15. 2024

취미 생활도 일이다

덕업일치란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같다는 뜻이다. 학교 졸업하고 자기 마음에 드는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취직하기도 힘든데 자기 적성을 따지는 건 배부른 소리 하고 생각했다. 내가 학교 졸업할 때 우리는 다섯 명이 동시에 대학에 다녔다. 두 명의 형은 군대 갔다가 복학하고 두 명의 동생도 대학을 다녔다. 각자의 등록금은 아르바이트해서 벌 수밖에 없었다. 


나는 회계사 시험공부를 했지만 1차에 떨어져 2차 시험 준비 중이었으나 우선 취직해서 집안 살림을 도와야 할 형편이었다. 대기업에 취직하여 보직받은 곳이 경리부다. 어느 정도 일하면 영업부로 순환보직이 되는 줄 알았다. 이때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 경리를 하게 되었다.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보직 변경도 어려웠다.


경리 하는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할 수 없이 했다. 경리일은 초조 긴장 불안의 연속이었다. 1원이라도 틀리면 밤새고 찾아야 한다. 또 세무조사 시에는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 


금전 사고 없이 30년 동안 경리 일만 하다 퇴직했다. 퇴직 후 이것저것 해 보았지만 되는 게 없었다. 경리는 1 + 1은 2이지만 영업은 10도 된다는 것을 몰랐다. 퇴직하고 영업하던 친구들은 사회에 적응을 잘한 반면 관리일을 하다 퇴직한 친구들은 나같이 사업에 성공한 사람은 드물었다. 


정년 퇴직하고  아무 곳이나 재취업하기가 어려웠다. 대부분 경력이나 보수에 비추어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가족과 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곳이었다. 


어느 날 퇴직자들을 위한 제2인생 설계하는 강의를 들었다.  ‘일=직업’에서 ‘일=활동’으로 일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강의였다. "일이란 유익한 강의를 듣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거나,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모든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함만이 아닌 행복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다. 시민기자 생활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 15년이 넘었으나 아직 글쓰기는 자신 없다. A4 용지 한 장 쓰는 데 두세 시간이 걸린다. 머리는 나쁘지만, 노력형이다. 글재주가 없어도 계속 쓰다 보면 술술 풀릴 날이 언젠가는 올 거로 생각하며 쓰고 있다. 사는 게 답답할 때 글을 쓰면 답이 술술 풀리는 게 매력이 있다. 글쓰기는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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