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타다가 휴대폰을 수장시키고 얻은 2주간의 혼돈과 평화
델라웨어강은 뉴저지주와 뉴욕주, 필라델피아주의 경계를 훑고 지나가는 거대한 강이다. 그 풍요의 강줄기를 따라 수영도 하고 카약도 탈 수 있어 여름 물놀이 장소로도 유명하다. 연일 30도가 훌쩍 넘는 더위에 우리 부부도 이 강을 찾았다.
7월 초, 낮 1시의 태양은 뜨거웠다. 태양 아래 모든 것은 지글지글했고, 델라웨어 강은 고요했다. 미리 예약해둔 카누를 고요한 강으로 스르르 밀어 넣었다. 그러면서 물 표면에 만들어지는 물결이 예뻐보였다. 나무로 만들어서 꽤나 묵직한, 그래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카약보다 더 듬직하게 느껴지는 카누에 남편과 앞뒤로 앉아 노를 저었다. 처음엔 헛둘헛둘 합을 맞추느라 부산스러웠는데, 부단히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몸을 움직이니 어느 순간, 노젓기는 일종의 명상이 되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런 풍경들이 보이고 들렸다.
뽀르르 날아오르는 새들과 신비로운 파란색 잠자리들의 짝짓기 춤, 거대한 병풍같이 끝없이 이어지던 산의 등허리, 강 아래 초록색 융단을 깔아둔 듯 하늘하늘 물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던 수중의 풀들, 바람을 따라 반짝이며 부서지던 강의 포말들. 카누가 강을 촤르르 가르는 소리와 나뭇잎들이 바람에 다같이 흔들리던 소리 같은 것들.
사진으로 남겨야겠다 싶어 주머니를 뒤적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휴대폰이 있어야 했는데, 없었다. 지퍼 하나 없는 반바지의 주머니는 이제야 유난히 허술해보였고, 내가 앉은 좌석의 높이와 카누의 높이가 정확히 일직선으로 일치했다. 그렇구나, 100% 폰을 잃어버렸구나.
살면서 뭘 잃어버리는 타입이 아니었다. 딱 한번 뉴욕 여행중 우버 드라이버와 수다를 떨다가 좌석 손잡이 아래 홈에 꽂아놓고 내린 적은 있었는데, 드라이버가 흔쾌히 차를 돌려 폰을 돌려주러 왔었다. 한국도, 일본도 아닌 뉴욕에서 굉장히 운이 좋았던 거였단 건 살면서 절실히 깨닫게 됐다.
뒤를 돌아보니 처음 출발지가 액자 속 풍경처럼 아득히 보였다. 다시 노를 저어 뒤로 돌아가는 일도, 강바닥을 맨눈으로 훑어본다는 것도 말이 안됐다. 상황을 받아 들이고 나니 혼란스러웠던 머리는 곧 진정이 되었지만 이내 백업도 안하고 정리를 미루기만 했던 소중한 사진들이 생각났다. 특히, 얼마전 다녀온 6년만에 방문한 한국과 4시간씩 자면서 부지런히 다녔던 짧은 일본여행의 순간들을 떠올리니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폰은 돈주고도 다시 못 살 내 추억과 함께, 영원히 델라웨어 강바닥 아래 수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