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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Sep 12. 2023

어린이집 짓느니 벌금을 내는 것이 낫겠다 뉴스를 보고

분노하고, 안타깝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Photo by Lucas Alexander on Unsplash




#1

저는 사실 어느 무엇도 아닙니다. 그 회사 사람도 아니고. 그냥 세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엄마이지요. 하지만 저 뉴스를 접하고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 충격받았던 것은, 뉴스의 댓글을 보고 나서입니다.

'그럼 회사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이걸 회사에서 다 해야 하냐?'


모르겠습니다. 전문가스럽게 조목조목 따져가면 지적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사회학을 전공했거나, 그런 것에 대해 명확하게 따질 수는 없습니다. 그냥 13년 동안 아이 세명을 키우며 회사를 다닌 엄마로서 드는 생각을 얘기해 볼 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회사와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에서 출산율은 절대로 반등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

출산율이 낮은 것에 대한 지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육아휴직 18개월 확대나, 육아 휴직급여를 늘리고, 집을 주겠다는데 그것 때문에 출산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아이를 낳는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출산율의 솔루션은 진작에 파악이 되었을 겁니다. 출산율 1위의 세종시를 보면 알 수 있죠. 주거와 직장이 안정되어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곳. 주거와 직장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보통은 아이를 키우게 되면 주거와 직장 모두 안정되기 힘든 것이 다른 지역의 현실입니다.


선례와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아이를 낳고서도 회사생활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그래서 아이와 함께 가족을 꾸려나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인식이 퍼졌을 때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반 기업들은 사실 처참하죠. 이익 창출해야 하는 곳이고, 경쟁이 많이 발생하기에 대부분 주거와 직장의 안정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힘듭니다. 게다가 이미 아이를 낳아 키우는 선배들을 보면 어떤가요? 회사생활이 무너지기도 하고, 누구에게 아이를 맡기고 등하원을 하느냐에 따라 일상이, 부부의 관계가, 자신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3

맞습니다. 일반 회사는 자선 단체가 아니죠. 하지만 유능하고 좋은 직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최고로 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그 회사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성장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내 어린이집이 소수만 누릴 수 있는 복지라 없앴다. 이것만 봤을 때, '그래 그렇지'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회사는 어떤 복지든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바로 삭제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는 투자입니다. 유능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회사를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현재 당장의 짧은 시야에서 본다면 손해겠지만요.


그런 점에서 정부의 대책도 아쉽습니다. 규칙을 세워 벌금으로 다스리려 하다니. 벌금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회사들에게 사회에 공헌하는 점을 부각해서 여러 가지 파격적인 혜택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요새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과 서비스의 품질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가치관 또한 선택하는 기준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며 육아에 대해 신경을 써주는 회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좋은 가치관을 퍼뜨릴 수 있는 회사에 대한 홍보, 선례들이 필요합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의 혜택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공하고 함께 하는 회사와 사람들에 대한 혜택 또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아무리 직원수가 500명을 넘는다고 해도 그 회사에서 단독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이런 규모의 비슷한 지역에 있는 회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을 지원을 해주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푸르니 어린이집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4

사회에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나와는 동떨어져있는 사건이라고만 생각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좋은 의도도 나쁜 의도도 다 영향이 점점 퍼지게 됩니다. 그 영향은 즉각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나중에 그 여파로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일이 꼭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 나의 자식, 나의 형제자매, 친척,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거든요. 다만 지금 현재의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남의 일이라 느껴지는 착각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회 현상이 생겼을 때 우리는 함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5

사실은 글을 쓸 때 되도록이면 부정적인, 비판하는 글은 피하려는 편입니다. 특히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제가 뭐라고 정부의 정책이나 회사의 그런 뉴스에 한마디를 보태나, 이런 게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건가 라는 걱정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뉴스를 접하고서, 십여 년간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을 다녔던 저의 모습과 선배들, 후배들의 모습이 생각나며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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