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이 진짜 화끈했다.
오디오북을 제작하다 보면 에세이 분야 낭독자 선정이 가장 오래 걸린다. 에세이에 담긴 작가들의 감정과 다양한 표현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디오북은 책과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명확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 안에서 낭독자의 목소리로 또 다른 색을 가져야 한다. 오디오북의 포인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낭독자다.
한 번은 팀장님이 제작하던 에세이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읽자마자 "와!"라는 탄성이 나왔다."**새끼", "**야!" 등 거침없이 화끈한 단어들로 쓰인 책이었다. 기본 사회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초 상식을 폭발적으로 가르쳐주고 있었다. 책에 담긴 분노와 유머 포인트를 잘 담아 연출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낭독자가 관건이었다.
낭독자 이미지가 바로 머리에 그려졌다. 주로 연극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배우님이 한분이 단번에 떠올랐다.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강단 있는 목소리와 학교 선도부 활동을 할 것 같은 매력적인 배우님이었다. 분명 낭독에 완벽한 캐스팅이라는 확신이 섰다.
지난번 팟캐스트 초대 게스트로 참여해 주셨기에 안면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여 친분도 있었다. 배우님께 바로 연락을 드려 캐스팅 요청을 드렸다. 낭독 포인트와 기획의도를 정리하여 말씀드리니 배우님도 녹음 참여에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다. 덕분에 일사천리로 녹음 스케줄까지 확정했다.
"이 **들아!!! 운전 똑바로 안 해!! 콜록콜록"
"배우님 목 괜찮으세요??"
"아, 네네 ^^ 한번 다시 해볼게요. 이 **들 쿠콜록쿠 콜록"
녹음 원본을 들으며 "대박, 대박"을 계속 외쳤다. 마음속으로 '이거야!'라는 확신이 들었다. 편집도 화끈한 음악과 귀엽고 깜찍한 효과음을 사용하여 배우님 낭독 스타일에 맞췄다. "띠용~~", "퓨우~~" 등 코믹 효과음도 잘 어울렸다. 오디오북이 플랫폼에 공개되자 나름 반응이 괜찮았다. 기존 오디오북 형태와는 전혀 달랐지만 낭독에 캐릭터와 성격이 잘 묻어나 있고 저자가 직접 읽어 주는 듯한 오디오북이 완성됐다.
무엇보다 댓글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사이다같다, 캐스팅이 찰떡이다, 귀에 쏙 박힌다 등 기분 좋게 듣고 리뷰를 남겨준 청취자 분들 덕에 힘을 얻고 오늘도 열정넘치게 오디오북을 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