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플루언서 정도는 아니지만 수컷들에게 DM을 꽤
많이 받는 편이다.
본인은 성적인 노출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희한하게 차곡차곡 잡놈들의 거시기 사진이 쌓여간다.
나는 의외로 마음이 여린 편이다. 그런 불특정 다수의 풀발기 된 거시기들이 불쑥불쑥 매너 있게 등장하면
헉!이나 헐.. 같은 말도 쓸 수가 없다.
왜냐고?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데 미안함과 감사함
한 티스푼정도가 뒤섞여 화를 낼 수가 없다.
애초에 화를 낼일인가? 싶은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인가?
디엠을 보내는 수컷들은 대부분 나와의 만남을 원한다.
익숙하다. 그래도 그런 이들 중 정성스레 댓글을 달아주고 좋아요를 충성스럽게 박아주는 이들에게 나는 적당히 글자수를 맞춰 대꾸해 준다.
예쁘세요~
그럴리가?
전화번호 알려줘요~
연체돼서 끊겼어요.
실례지만 나이가?
실례하지 마세요!
이런 식?
그들도 어느 순간 지쳐 떨어지지만 난 어느 날 정말 기이한 놈과 마주하게 된다.
때는 내가 종이책을 출간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올봄이다.
379페이지 장편소설을 정말 배 아파 낳은 자식처럼 세상에 내보였다.
글을 쓸 때보다 그때가 더 불안하고 초조하고 내 책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책은 한 달 만에 백여 권이 팔려나갔지만
거진 지인팔이였다.
카톡 프로필을 보고 축하의 의미로 사준 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천오백 명 이상의 팔로워들.. 한 번만 만나달라 애원하던 그들 중 몇십 명은 사주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도 있었다.
현실은 냉혹했다. 들이댐은 들이댐일 뿐.
단 한 명도 축하한다며 구매인증을 보내온 인친은 없었다.
그때 한 남자가 내 책을 배송받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남자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볼 생각도 안 했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본 순간 나는 눈물이 왈칵 나올 정도로 감사했다.
그래서 그의 계정을 살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남의 사진을 도용했다던지 지나친 어플을 썼다던지 그의 팔로잉들 중 몇 명만 훑어도 어떤 댓글을 싸지르고 다니는지 어떤 성향인지 가짜계정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