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과 수혈, 그리고 헌혈.
전문의와 담당의, 인턴, 간호사들이 우르르 아침 회진을 마치고 골수 검사를 들어갔다. 이틀 전 척수 검사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맞서던 부모는 힘없이 시술실 밖을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아픈 아이 앞에서는 그저 죄인인 엄마와 아빠.
아직 모유를 먹는 아이인데 잦은 진정제(수면유도제) 투여로 거의 이틀을 못 먹고 있다. 그렇다고 모유를 끊을 수 없으니 연신 짜내어 버리면서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다렸다. 아이는 계속되는 채혈 때문인지 병 때문인지 새벽엔 적혈구를 오후엔 혈장을 수혈받았다.
오후 6시쯤 아침에 잠시 다녀간 전문의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의 병명을 언급하고 가셨다. 백혈병에는 림프구성과 골수성이 있고 골수성보다 림프구성이 치료과정이 더 수월한데 건희는 림프구성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고위험군에 속하니 골수 이식을 해야할 것 같은데 형제가 있냐고. 형제가 있긴 하지만 이제 3살, 걔도 아직 아기라고 하니 7개월짜리 아기도 이식을 해준단다. 오늘은 울지 않으려고 큰 아이에게도 미안하고 작은 아이에게도 면목이 없어 꿀꺽 침을 삼켰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항암이 시작될 모양이다. 척수 검사와 동시에 척수 항암제가 투약되고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도 처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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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환우들은 자주 피를 받는다. 골수 안에 암세포를 제거하는 항암을 진행하면 피를 만드는 건강한 세포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항암을 한 후에는 1~2주간 혈액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항암을 한 뒤에 특히 감염이나 외상에 무척 주의해야한다. 백혈병은 백혈구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백혈구를 제외한 적혈구(빨간피), 혈소판(노란피), 혈장 등의 상태로 수혈을 받는다. 피의 성분이 일부 들어간 알부민도 그런 맥락으로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피를 사고 파는 부정적인 면만 보고 수혈을 기피한다는 뉴스를 봤다. 건희는 몸집이 작아 빨간피는 1팩, 노란피는 1~3팩 정도로 충분했지만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훨씬 더 많은 양을 수혈해야 한다. 성인들은 더 많은 양이 필요할 것이다. 혈액암으로 투병중인 환우들을 생각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헌혈에 동참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