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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Feb 07. 2024

아끼는 대신 더 벌기로 다짐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우리가 산 첫 집이다. 20평대 전셋집을 두 군데 정도 거쳤다. 결혼 6년 만에 장만한 우리의 전 재산이기도 하다. 나름 발품을 팔며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당시 살던 전셋집 바로 앞동이 지금 우리 집이다. 가장 대출을 적게 받으면서도 평수를 넓혀갈 수 있었다. 살던 곳이기에 안정감도 있었다.


집을 산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돈을 별로 못 모았을까. 대출금은 3년 정도만에 다 갚았다. 그동안 번 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나름 어린 아들을 두고 맞벌이 한다고 고군분투했음에도 모아둔 현금이 없다. 코로나 시절 이전에는 매년 시부모님 모시고 해외여행 다니기도 했다. 명품을 하고 비싼 소비를 하며 펑펑 쓰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렇게 아껴 쓰며 살지 않았다.


일년전쯤부터 이사가 가고싶어졌다. 이사를 꿈꾸게 된 이유는 우리 옆단지 리모델링 때문이다. 옆단지 리모델링은 수년이 더 걸릴줄 알았다.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오고 몇달안에 이주 이야기가 나오더니 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착착 진행되는 모습에 아 앞으로 몇 년간은 공사판 옆에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공사장이 집 근처에 있는 게 싫다. 지금 집을 살 때 우리는 광교에 있는 새 아파트도 알아봤다. 그때는 광교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다. 결국 우리는 공사장이 없는 우리 집을 사게 되었다. 9년이 지난 지금 광교는 대부분의 공사가 다 끝나고 아주 화려한 신도시가 됐다. 집값도 엄청 올라서 당시 1억 정도 차이가 났던 게 이제 4억 이상 차이가 난다. 공사와 1억의 대출을 두려워했던 나의 뼈아픈 과실이다.


그렇게 이사를 꿈꾸며 인근 지역을 알아봤다. 이왕 이사를 할 거면 좀 더 상급지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3억의 대출을 받고 이사 가기로 계획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집값의 차이가 좀 더 많이 났다.  우리 집은 실거래와 호가 차이가 크지 않은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기다리면 호가를 내리리라.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봤던 집이 팔리고 다른 매물들은 가격을 5천씩 더 올렸다. 슬프게도 우리 집은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 우리는 이사를 포기했다.


모아둔 현금 없이 대출금으로만 이사를 가려니 과감한 결정이 힘들다. 아니 현금이 있다 하더라도 1억의 대출을 두려워했던 내가 3~4억의 대출금을 받기란 매우 손 떨리는 일이다. 몇십억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는 친정부모님과는 달리 나는 그릇이 작다. 대출은 빚이고 내 삶을 옥죄여오는 가시관 같다.


내 궁핍한 마음. 파리 바게트에 빵을 사러 갔다. 아이들과 몇 가지 빵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으니 9,500원이었다. 나에겐 얼마 전 카드 발급을 하며 받은 3천 원짜리 쿠폰이 있었다. 단 만원 이상 사야 사용이 가능했다. 옆에 있던 찹쌀떡 한 개를 들었다. 천 원이라고 했다. 가지고 있는 쿠폰 적용을 요청했지만 이상하게 쿠폰 적용이 되지가 않았다. 뒤에 길게 줄을 서 있어 일단 그냥 결제해 달라고 했다.


아쉬움에 옆에 서서 쿠폰과 결제 카드를 보고 있으니 매장 매니저가 다가왔다. 본인이 다시 결제해 보겠다고 결제 대기를 해달라고 했다. 별거 아닌 걸로 재결제하는 게 미안해 줄을 서지 않고 결제 줄 옆에 서있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결제의 줄은 계속 길어졌다. 그냥 갈까도 망설였지만  끝까지 참고 기다렸다. 결제하려는 사람이 더이상 없자 다시 쿠폰적용 시도를 했다. 몇번을 찍어봤지만 적용되지 않았다. 다시 시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아이들과 빵집을 나섰다.


쿠폰을 쓰기 위해 예정에 없던 빵 한 개를 더 사고, 다시 쿠폰을 적용해 보겠다고 애 둘을 데리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결국 할인은 못 받았다. 씁쓸한 마음.  내가 좀스럽고 궁상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천 원이라도 아끼고 아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거라고 다짐한 나. 조금이라도 아껴서 아등바등 궁상맞게 살더라도 돈을 좀 모으려 했던 나. 삼천원아끼려 소비한 나와 내 아이들의 시간과 계획 없던 소비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끼는 대신 더 버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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