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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Mar 26. 2024

매력적인 다섯 살 그녀

탱글탱글 귀여운 다섯 살 여자 아이.  톡톡 통통 상큼하다. 동글한 두상에 축 처진 두 눈, 통통한 볼살은 순둥해 보인다. 통통한 볼에 입을 맞추면 보드랍다.  탱탱한 살결과 아기냄새에 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그녀는 내 딸이다.



외모와는 다르게 성격은 매우 개성이 강하다. 일곱 살 많은 오빠에게 호령을 하고, 툭하면 때린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의 포효를 한다. 그러다 혼나면 요즘은 자기 방 문 꽝 닫고 들어가서 안 나오기를 매일 시전 중이다. 사춘기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아니 두렵다. 지금은 엄청 혼쭐을 내면 미안해, 잘못했어요를 하지만 사춘기의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다섯 살이지만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남들이 모라 하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 유치원에서 겨울왕국 엘사 흉내를 내며 한참 렛잇고를 부르던 딸. 그녀의 근처에 있던 친구는 너는 엘사를 닮지 않았어. 00 이가 엘사를 더 닮았어라고 두 번이나 이야기했단다. 헉.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속상했겠구나. 그래서 어떻게 했니? 그냥 계속 노래 불렀어. 웅?


참으로 굳건하구나. 나 같았으면 무척 속상해하며 자리를 피했을 거다. 아이는 피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당당하게 본인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나에게 없는 대범한 그녀의 내면. 다섯 살이지만 그녀는 내면이 크고 단단하다. 어떻게 하면 저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가. 어머님이 누구시니, 어떻게 널 이렇게 키웠니 라는 박진영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내가 낳아 키웠지만 나도 모른다. 넌 어떻게 그렇게 자랐니?


그 일 이후로 그녀가 달라 보였다. 항상 자기주장이 강한 그녀가 못내 부담스럽고 화가 났는데. 그녀는 남다른 아이였다.  그녀가 내 딸인 게 자랑스럽다.  내 딸이지만 날 하나도 닮지 않은 그녀. 강한 마음과 함께 따뜻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 먹고 좋은 게 있으면 나눠 가진다. 사랑한다는 애정표현도 잘한다. 무뚝뚝한 아들에게는 들어 본 적 없는 사랑해라는 말. 자발적 뽀뽀를 받는 기분은 딸을 낳고야 알게 됐다. 이런 게 딸 가진 자의 특권이구나.


사실 이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들다. 더 강한 카리스마로 아이를 주도해야 하는데, 아이에게서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 일은 쉽지 않다.  지시에 잘 따르지 않으니 매번 협박과 회유를 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의 정서에 좋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기본적인 지시도 잘 따르지 않으니 자주 괴롭다.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든 격렬하게 응원하며 기다려주고 싶다. 세상에서 그녀의 첫 번째

팬이 되어서 오래오래 사랑하고 지지할 거다. 무엇이 될까.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그 모든 게 궁금하고 설레는 건 사랑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예쁘게, 착하고 지혜롭게 자라거라. 세상을 살다가 힘든 일이 있어도 너라면 잘 헤쳐나갈 수 있단다. 인생의 크고 작은 굴곡에서 더 단단하고 강하게 삶을 살아갈 너를 응원해. 어떤 삶을 살아가든 행복하길. 그 누구보다 너 자신을 사랑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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