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는 평생 만드는 것, 쫄지마라 워킹맘
엄살이 많은 날이 있다. 모든 일과 행동에 누구의 탓으로 어떤 대상의 핑계로, 나보다 그 상황이 문제라 어쩔 수 없다고 증명하고 또 그걸 굳이 인정받고 싶은 날이 있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워킹맘 생활 6개월쯤 됐을까? 내 일상의 사사로운 일들과 직장생활의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가 많았던 달이 있었다.
이 때는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워킹맘 그만할까?' 하는 직접적인 생각이 아침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하고 집에 올 때 까지 그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단 1초도 생각하지 않은 순간이 없을 정도로 그 생각뿐이었다.
이리 쿵, 또 저리 쿵.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충돌하기도 하고 뚝뚝 끊어지기도 하고 한참 로딩이 걸려 멍해지기도 하고... 머릿속에 신경들이 엄청 꼬여 장애를 일으키기를 거의 한 달 이상이었다.
"내 멘탈이 이렇게 약했었나?" 스스로 자책하게 되던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사내정치와 동아줄 잡기에 절대로 능통하지 못한 나는 순수하고 또 순진하게 일을 해왔다. 치열했지만 cheer! 했던 날이 더 많았다. 서른이 넘어서, 결혼을 한 이후로 더 일 맛을 맛있게 씹었다. (씹히기도 했겠지만)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가 높은 내가 매일 회사 밖에 마음을 두고 오는 날이 더 많은 걸 보면 확실히 무슨 수를 쓰기는 써야 한다.
그만둘까? 더 다닐까? 지금이 전환점.
"바뀐 내 환경, 상황에 내 커리어는 이제 어떻게 채워가는 게 좋을까?" "내가 정말 흥미를 가지고 하는 일은?" "지금 내 경쟁력이 현재 시장에서 어떻게 다르게 쓰일 수 있을까?"
이럴 땐 임신하기 전 친구와 했었던 말을 곱씹고 다시 생각해본다. 그 친구는 프리랜서였는데 그래서 임신, 출산과 동시에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게 당연시되는 친구였다. '임신을 하게 되면 육아휴직하는 건 좋은데 또 복귀하려니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복귀하면 일은 잘할 수 있을까?' '아기 키우면서 일하면 힘들지 않을까?' 하며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벌써 걱정이다라고 이야기했더니 그 친구가 말한다.
"그래도 너는 네가 결정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당시에도 그렇구나. 하면서 나중에 그 상황이 진짜 오면 꼭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상황이 닥치니 번쩍 하고 생각나게 만드는 그 말이 다시 다시금 용기가 된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회사를 그만둔 후가 무모한 일이 되어버리는 비 안정적인 삶이 아닌 '내일 당장 그만두겠다' 해도 내 커리어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나의 확신과 또 가정이라는 튼튼한 울타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나에게 계속 회사 밖으로 나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정규직의 익숙한 삶이 아닌 프리랜서의 비 세팅된 삶에서의 나는 어떨까.
'나는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속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즐겁고 짜릿한지 그리고 이 일을 통해 내가 계속 쌓고 싶은 커리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전과 다르게 선뜻 나오지 않는 날이 있다. 이럴 땐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아기 때문에'라는 시시한 핑계가 생기지 않도록 계속 나에게 질문해야 한다.
년수를 대충 세보니 현역일을 한 지 13년이 넘었다. 회사에서는 우리 팀의 리더,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환경과 가정이 있다. 20대 때는 이 루트가 제일 명확하고 완성된 커리어라고 생각했지만 30대 중반이 넘은 지금 돌아보니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은 한 업계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기가 아니다.
나의 사사로운 일들 그리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사실 육아보다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여기서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는 것 만이 나를 고민들을 채워줄 것 같지가 않은데 이다음은 뭘까'에 대한 해답 찾기였던 것 같다. 물음표 살인마 못지않은 내 머릿속의 물음표들이 그렇게 나를 고민하게 하고 계속 괴롭혔나 보다.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이제 워킹맘 이후의 이력은 평생 채워갈 현재 진행형일 테니 커리어를 조금 더 넓게 생각해봐야 한다.
당장 회사 밖에 있는 마음은 달래서 다시 사무실에 잘 앉혀놓고, 조급하거나 충동적이지 않게 막상 출근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유연하게 생활하고 있는 나를 잘 살펴보자. 쫄지마라 워킹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