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는 순간에도 인생은 사라져 간다
나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라는 말의 답을 찾고 있다. 답을 찾지 못해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인생이지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제대로 답한 적이 없는 것 같다. 20대 때는 그저 '후회가 남지 않게!'라는 말로 이 질문에 답을 피했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자는 것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한다는 의미였는데 정작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즉흥적인 경우가 많았고,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면, 그다음에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삶의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나는 30대가 되어서도 이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그전과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왔다. 이대로 지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막연하게 '괜찮을 거야'라고 했던 생각이 답을 찾기 귀찮아서 그저 회피하고자 했던 무책임한 태도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 그래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불안감을 한층 높여놨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냈다. 나는 그저 더 바쁘게 움직이면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어왔지만 정작 이 절실히 방법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나는 더 방황하고 있었다.
나는 이 시간 동안 나름대로 분주하게 지냈다. 그래서 이대로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은 막연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불안했기 때문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주저하면 그대로 빠져버리고 말 것 같은 그런 느낌에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생산성이 바로 나오는 일이 아니라면 조금의 시간도 집중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나는 적어도 이런 식의 삶은 바람직하지 못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분주했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현재 마주한 일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외면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외면하면 문제는 해결되지도 않지만, 외면한 시간만큼 내 인생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엔 소중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면에서 인생을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행복하고 따뜻하고 좋은 일뿐만 아니라 괴롭고 땀을 흘려야 하고 고통을 겪어야 하는 순간에도 인생에 소중한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괴롭다고 외면하면 그만큼 내 소중한 것들도 사라져 간다. 그래서 인생에 책임감을 갖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