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페이스가 국회의원 장혜영을 만나 묻다
지금까지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모두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임기 만료 폐기' 또는 '자진 철회' 수순을 밟고 사라졌습니다.
21대 국회는 다를까요?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21대 장혜영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현재 국회에는 일곱 번째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야기는 요란하게 해왔던 것 같은데, 정작 국회 안에서는 제대로 한 번도 이 법이 논의된 적 없다는 사실이요. 지금까지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모두 국회 논의 테이블에 한 번 올라간 적도 없이 '임기 만료 폐기' 또는 '자진 철회' 수순을 밟고 사라졌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게 작년 6월이죠. 2020년 6월 29일 21대 국회가 시작하고
딱 한 달 됐을 때 이 법안을 제가 대표 발의했죠.
차별금지법안을 다시 보실 때 감회가 새로우신 것 같더라고요.
그렇죠. 차별금지법이 제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두 번째로 발의한 법이니까요. 이게 제정법이고 내용이 아주 적은 것도 아니어서 굉장히 꼼꼼하게 훑어보면서 만들었었고, 또 오래된 법안이기도 해서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조문 하나하나에 대해서 애착이 많이 있죠. 어떻게 이 법을 설명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했었고... 아직은 이제 법사위 계류 상태에서 토론,심의를 들어가지는 않았으니까.
'오래된 법안'이란 말을 하셨어요. 오래된 법안이란 의미는 무엇일까요?
차별 금지법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게 벌써 2002년이죠. 2002년에 故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당시에 공약으로 제시했었던 법이고 그래서 당선 이후에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위원회를 마련을 했었어요.
지금 그럼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제가 작년 6월에 10명의 의원을 모아서 대표 발의 했었고, 지금은 법제사법위원회라고 하는 상임위원회 소관 법률이라서 거기에 일단 상정은 되어 있는데, 법률이 상정되고 나면은 그 해당 상임 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그 법안을 실질적으로 심의를 시작 해야 돼요. 아직 그게 시작되지 않아서 그냥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차별 금지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회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그렇죠.
법이 발의는 되었는데, 논의는 되지 않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은데요. 어떤 절차로 논의가 이어져야 실질적으로 법이 통과되는 건가요?
네. 국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 이해를 하실 필요가 있는데 법안을 발의하면 그 법이 관련된 상임 위원회에 배정이 되고 그래서 이 법은 법제사법위원회로 최종적으로 배정이 된 것이고요.
그 안에 소위원회가 있어서 그 안에서 이 수많은 법안들 중 어떤 법안을 우리가 논의를 할 건지 결정 해서 회부를 하고 실제로 법률 검토를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정말 이 국회 회의록에 남는 그런 대화를 시작해야 해요.
그래서 이 차별 금지법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서 이 법률을 논의를 하자고 합의를 하기 전까지는 사실은 언제 논의될지 저희가 절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 상황이에요.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이제 20명이 넘어야 교섭단체로 인정을 하고, 국회의원이 6명인 정의당은 비교섭단체이고, 법제사법위원회에 위원이 있지도 않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어떤 국민적인 공감대로 지금 당장 논의해야 된다는 여론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차별금지법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게 2002년. 그 후에 여러 번 법 제정이 무산되고 다시 이야기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이 긴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차별금지법이 2002년부터 이제 우리 사회에 소개되어서 지금까지 오는 과정을 보면서, 차별금지법이 적어도 2007년에는 만들어졌어야 되는 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당시에 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들었던 차별금지법안 내용이 제가 지금 발의한 내용하고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거든요. 그 법이 실제로 법무부 채택이 돼서 입법예고가 되었었고 그 예고 기간이 지나 그대로 제정이 됐으면 우리는 지금 차별 금지법이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거거든요.
그 당시 이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고 나서 그때는 주로 재계 그리고 교계가 몇몇 차별금지 사유들에 대해서 병력, 학력, 성적 취향 이런 부분들 포함해서 7가지 정도를 이제 반대를 했었어요. 그리고 결국 반대 측의 차별 금지 사유를 뺀 입법안이 최종적으로 올라갔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게 거의 20여 년을 질질 끌려온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그때 그 법무부가 그런 반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동등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법안을 밀고 갔어야 되는 거죠. 어떤 사유들에 대해선 예외로 한다는 거는 당시에 故노회찬 의원님께서 정확하게 말씀하셨던 것이 "그럼 그 사유들에 대해선 차별해도 된다는 얘기 아니냐? 그게 어떻게 차별 금지법이 될 수 있느냐?".
심지어 20대 국회 때는 발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었던 상황이 있는 것이고요.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21대에는 "명확하게 이 세상 사회의 변화를 반드시 반영해내야 된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다른 의원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설득을 하려고 해도 ‘항의가 무서워서 못한다’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하던데요. 그렇게 항의가 거센가요?
그럼요. 아직도 않은 휴대전화 메시지가 2천 개 있고요. 가끔 이 법안 때문에 답답할 때는 그때 왔었던 메시지들을 쭉 봐요. "아, 이게 지금 우리 한국사회의 현 주소지.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렇게 투지를 불태우는 그런 기제이기도 하죠.
약간 재밌었던 건, 29일 날 발의를 하는데 그 며칠 전에 발의를 한다고 이걸 반대하시는 커뮤니티에 잘못 정보가 전달이 됐나 봐요. 그래서 그때 막 어마어마하게 의원실로 전화 오고, 팩스 오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전화도 쓸 수가 없고 이런 상황을 며칠 겪었죠. 정말 뜨거운 여름을 보냈죠.
이제 정의당은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의원님이 심상정 의원님이시잖아요? 심상정 의원님 그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서 정말 기물을 파손하고 막 굉장히 소란을 피우는 분들도 계셔서 그 부분들은 또 저희가 당적인 차원에서 대응을 하기도 하고 그랬었죠.
국회의원으로서 이 차별금지법 바라보는 시선과 또 그전에 시민으로서 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된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의 시선이 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맞아요. 진짜 꽤 달라졌죠. 기본적인 인식은 동일해요. 예를 들면 우리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차별 금지법을 시민이었을 때도 또 이제 국회의원으로서 또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이걸 대표 발의를 하면서 이 법안이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혹은 어떤 가치를 제시하는 것인지를 훨씬 더 깊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법이 단순히 선언적으로 '무엇이 차별이다'라고 규정하는 의미도 있죠. 그런데 아주 구체적으로는 사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차별들 중에서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지만 이거는 좀 따져볼 만하지 않아?'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을 거잖아요?
이런 게 차별인지 아닌지 따져보자고 했을 때 그냥 개인들끼리 생각을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결론이 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공적으로 '이게 우리 사회에서 용인 가능한 차별인지 아닌지 한 번 얘기나 좀 해봅시다' 라고 하는 그 절차를 만드는 법이라는 걸 입법 캠페인 과정에서 사실 많이 느끼게 된 거죠.
일각에서는 이 법을 정치에서의 진영논리로 많이 판단을 하죠. 예를 들면 '이건 뭐 진보진영의 법이야. 뭐 보수진영에서는 뭐 쳐다볼 가치도 없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내지는 '이건 동성애 조장하는 법이야.'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그러면 뭐라고 하세요?
"이건 인권을 조장하는 법입니다."
2007년에 제일 처음 국회에 이 법이 제안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 저는 여기서 굉장히 많은 반성이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토론을 회피했다는 거거든요. 근데 국회는 토론을 하는 곳. 그게 국회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인 거죠. 어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 양상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제도를 마련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토론하고 합의해서 결정하는 곳인 거죠.
국회는 토론을 하는 곳. 그게 국회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인 거죠.
근데 이렇게 거의 20년 가까이 이것을 토론합시다, 라고 수많은 의원들이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이것을 토론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회피하고 싶은 법'이라는 거죠.
지금까지 국회가 다뤄오지 않았던,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다양성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국회가 지금까지 토론하기를 주저해 왔다는 것. 그래서 국민들께 정치인의 일원으로서 되게 면목이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할 일을 너무 많이 미룬 거죠.
어떤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교회 표심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사실 이게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온다고도 하시고요.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표심도 좀 보여달라는 의견을 들려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저는 느끼는데요. 이 찬성 여론은 마치 안개처럼 퍼져 있는데 반해 반대하는 분들은 돌멩이처럼 뭉쳐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돌멩이를 이제 지역구 사무실에 갖다 던지는 거죠.
근데 그러면 창문이 깨지니까 '이게 훨씬 크구나. 이게 나의 당락을 좌우하겠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차별 금지법 제정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한테 저는 돌멩이 같은 찬성 여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려요.
그리고, 이 찬성하는 이들이 훨씬 더 크다는 것, 조직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그리고 양적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찬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가 자꾸 보여줘야 된다, 그런 말씀을 많이 드리죠.
한편으론, "이런 반대가 있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못 한다"라고 하면 우리가 못하는데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저는 이게 후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렇게 반대해도 된다는 걸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도대체 정치가 왜 존재하는 거지? 우리 이 민주공화국의 원리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왜 우리 스스로를 민주 공화국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생각해보면 사실 너무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것을 마치 어떤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로 생각을 하고 20년 이상 이 실랑이를 해야 된다고 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치라고 하는 거는 도대체 얼마나 망가져 있는 거지? 그걸 질문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 앞선 정치인들이 미루고 미룬 과제가 이제 30대 중반 여성 정치인인 저한테까지 온 것이고 제가 여기서 밀린다면은 또 그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한테 계속 이 과제가 밀리게 될 거고요. 이게 밀리는 그 시간 동안에 수많은 시민들이 계속 이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될 텐데, 이 정치적 책임을 21대 국회는 반드시 우리 손으로 이제는 해결해야 된다. 이걸 더 이상 물려주면 안 된다. 그 말씀을 정말 강하게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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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역대 의원들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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