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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minsu Nov 05. 2017

Kuku Sabzi

Down Under Food Rhapsody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타국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것,

새 친구를 사귀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새 사랑을 찾는 것,

새롭게 공부를 하는 것, 직업을 바꾸는 것, 이사를 가는 것 등등…

익숙해진 삶에 찾아오는 변화들… 

어렸을 땐 이러한 변화들에 다소 유동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롤러코스트를 타듯 짜릿함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나이를 어느 정도 먹어서 생기는 변화들을 흔쾌하게 받아들이기는 꽤 힘든 일이다.

원하지 않는 삶의 파도를 타야 하는 것도 고역인데,  스스로 변화를 주고자 했을 때는 그 마음가짐과 결심을 굳히기란 큰 도전이 된다.

더군다나 소심한 성격의 나는 이런 변화들과 그에 따르는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닿드릴 때마다 속이 울렁울렁 메슥거리고, 편두가 아파오고 가끔은 하얗게 밤을 새우며 내가 과연 잘하는 것인가 수백 번 머릿속으로 되뇌어보는 것이다. 


이른 아침 산책길을 나서면 흰 파도 사이로 반사되는 금빛 햇살이 눈부시고, 

맨발로 비치를 걷노라면 하얗고 실크처럼 보드라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초저녁 불어오는 바람은 따뜻하고 짭조름한 소금기를 머금고 있고, 

어느 게으른 오후, 차 창문을 반쯤 내리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스스로 휴가를 낸 듯한 이 도시…

정오가 지나자마자 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술집들과 어디든 가볍고 편안한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이젠 익숙해졌고, 어느덧 나에게 Gold Coast는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무줄이 느슨해지고 팔꿈치가 닳아도 익숙하고 편해서 몇 년 동안 차마 못 버리고 있던 옷들을 드디어 정리하고는 변화의 첫걸음을 띠어본다. 

새로운 변화를 새롭고 신선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정성을 들여보자.

변화는 삶에 활력을 주고, 도전의식과,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변하는 삶은 이 현세에서 우리에게 단 한 번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니까. 

조금은 낯설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았다. 

허브의 양이 달걀의 3-4배나 되는, 허브가 주재료인 페르시안 오믈렛,  Kuku Sabzi.

허브와 달걀, 약간의 호두와 버베리(Barberry), 이렇게 4가지의 재료로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웬만한 레시피는 첫 번에도 그럴싸하게 해내 오곤 했는데,

두 번째 도전에도 불구하고 모양이며 색깔이 영 맘에 차지 않는다.  

도톰하게 보여도 가볍고 보드라운 질감과 온갖 허브의 향이 쌉싸름하면서도 신선하여 먹고 나면 왠지 건강해진 듯한 느낌을 주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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