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1995년)
2023년 03월 24일 [인천In] '음악가 이권형의 인천인가요' 기고
지난 3월 23일, 대낮에 출몰해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얼룩말이 화제입니다. 얼룩말은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세로’였는데요. 도로를 비롯한 도심을 활보하다가 골목길에서 3시간 만에 생포되었다고 하죠. 도심 한복판을 활보하는 얼룩말이라니, 처음엔 누군가의 농담이라고 생각했고, 사진을 보곤 AI가 그린 합성 이미지가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진기한 장면이었습니다.
‘세로’는 무엇을 향해 뛰었던 걸까요. 동물원에서 나고 자랐다고 하니, 영화 ‘마다가스카’에 나오는 얼룩말 캐릭터 ‘마티’처럼 야생으로 돌아가고 싶어 탈출했을 리도 없을 텐데 말이죠. 동물원을 벗어나 처음 자신을 에워싼 인간 무리와 도시를 마주한 얼룩말의 기분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쨌든 ‘세로’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평생을 동물원에서 살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 속에서 다시 잡혀 돌아간 얼룩말의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만. 지금도 이 정신없는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 입장으로, 혹은 그저 한 인간 개체의 입장으로 역지사지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쩐지 가끔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처럼 이 도시 밖의 어딘가로 탈주하고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도시가 시민들의 역사와 의지가 빚어낸 인간 최고의 발명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커지면 커질수록 개개인의 개성은 억압되기 마련입니다. ‘나’는 이 거대한 집합의 일부로써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고, 그 집합과 어떻게든 합의해 얻어낸 가면을 얻어 쓰고 살아가는 거죠. 그 가면은 나의 이름, 지위나 직함 따위의 모습을 하고 있을 테고, 때론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하고 때론 나의 자랑 혹은 부끄러움이 되기도 하며, 그렇게 ‘나’를 대변합니다.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에 소름이 끼치고, 내가 쓴 가면을 벗어던지고 싶어도, 그게 그리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견디고 견디다가 도망가고 싶고, 이 도시가, 이 세상이 그냥 망해버렸으면 싶을 지경이 되었을 때 생각하는 거죠. “난 지금 무엇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난 지금 어디로 쉬지 않고 흘러가는가”
우리는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왔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도시를 벗어난 일명 ‘자연-인간’의 삶을 상상해볼 수야 있겠으나, 사회의 정치를 완전히 벗어난 자연의 인생이란 그저 자신이 쓴 가면의 무게에 지친 자가 보게 되는 한낱 신기루일 뿐이죠. 어쩌다 도시를 뛰쳐나가 그 밖에 펼쳐지는 미지의 자연 앞에 던져진다 해도 공포에 떨며 미쳐버리거나, 미친듯이 떠나온 도시가 그리워지게 될 겁니다.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와야”만 할 거예요.
‘Home’, 그러니까 ‘집’이 소중하다면, 살아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 도시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해, 이 땅에 서식할 살아있는 존재들을 위해, 결국은 ‘나’를 위해, 살아있는 우리가 반드시 돌아와야 할 ‘집’, 우리의 터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그것이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혹은 동물원을 뛰쳐나온 얼룩말과 함께 지구에 서식해야 한 인간 개체로서 들어야 할 ‘세로’의 메시지 아닐까요.
“난 지금 무엇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난 지금 어디로
쉬지 않고 흘러가는가
난 내 삶의 끝을 본 적이 있어
내 가슴속은 갑갑해졌어
내 삶을 막은 것은
나의 내일에 대한 두려움
반복됐던 기나긴 날 속에
버려진 내 자신을 본 후
나는 없었어
그리고 또 내일조차 없었어
내겐 점점 더 크게 더해갔던
이 사회를 탓하던 그 분노가
마침내 증오가 됐어
진실들은 사라졌어 혀 끝에서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거칠은 인생 속에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나를 완성하겠어
다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고
또다시 부모의 제압은 시작됐지
네겐 사랑이 전혀 없는 것
내 힘겨운 눈물이 말라 버렸지
무모한 거품은 날리고 흠
주위를 둘러봐 널 기다리고 있어
그래 이젠 그만 됐어
나는 하늘을 날고 싶었어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은 닦고
Come back home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거칠은 인생 속에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나를 완성하겠어
In the place to be
One two three
Come on
In the place to be
Yes yes y'all
In the place to be
Yes yes y'all yes y'all
터질 것 같은 내 심장은
날 미치게 만들 것 같았지만
난 이제 깨달았어 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거칠은 인생 속에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나를 완성하겠어
You must come back home
난 지금 무엇을
You must come back home
찾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You must come back home
난 지금 어디로
You must come back home
쉬지 않고 흘러가는가
난 지금 무엇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난 지금 어디로
쉬지 않고”
- ‘서태지와 아이들’ <Come Back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