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천'의 <애스컴시티나잇(ASCOM city night)>
이 글은 2022년 '문화도시부평'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지역 뮤지션 앨범 제작 지원사업'의 사업 결과 리뷰로 작성된 글입니다.
1939년에 일제 육군 조병창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1945년에 그곳은 미군수지원사령부(ASCOM)의 이름의 미군부대가 들어서고, 그 규모도 작지 않아서 현재 부평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정유천’의 <ASCOM CITY NIGHT>이 그에 관한 과거의 역사적 흔적들을 아티스트 나름의 해석을 거쳐 2022년 ‘현재’로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역사적 풍경을 현재로 소환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지난 역사의 흔적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보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그건 어쩌면 이번 ‘지역 뮤지션 앨범 제작 지원사업’, 더 나아가서는 ‘문화도시부평’의 지향과 정체성을 그려보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고민일 겁니다.
부평 지역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애스컴 시티’는, 베트남전 이후 '닉슨독트린' 선포 이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 변화로 해체됐습니다. 따라서 ‘미군수지원사령부(ASCOM)’라는 이름은 그 시점에 유명무실해진 셈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흔적은 유령처럼 떠돌다 ‘문화도시부평’이라는 흐름을 타고 ‘애스컴 시티’라는 환영으로 다시 나타나 마치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기다려왔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ASCOM CITY NIGHT>은 이렇듯 본 사업을, 그리고 ‘부평사(富平史)’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곡의 단순하고 합창하기 좋은 미덕의 후렴구를 들으면서, 이 음악이 향하는 청중은 도대체 누구인가를 생각할 때의 공허함 또한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ASCOM CITY NIGHT>은 그러한 지역사(地域史)적 이미지를 전면에 걸고 있고, 따라서, ‘지역 뮤지션 앨범 제작 지원사업’에 참여한 스무 곡 중에서 <ASCOM CITY NIGHT>를 발견했을 때, 사업에 참여할 곡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그 이름을 그냥 무시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역사적 흔적을 복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가치 있는 선정일 수 있겠으나, 이 곡의 정서가 과거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본주의적 번영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미래의 새로운 가치보단 빛바랜 과거를 지향한다는 점이 또한 사실입니다.
<ASCOM CITY NIGHT>은 환상적 풍경 묘사와 블루스 리듬이 주는 감흥이 몸을 흔들게 하는 미덕이 분명한 곡입니다. 하지만, ‘지역 뮤지션 앨범 제작 지원사업’과 같은 공공사업의 기능은 아티스트와 사회의 합의점에서 공명한다는 지점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한 공명의 장소에서, ‘애스컴 시티’의 환영을 과거 자본주의적 영광의 흔적으로, 혹은 미래의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적 비전으로 소환하는 문화도시의 현주소를 목격하는 기분은, 이 신나는 리듬 끝에 씁쓸하고 공허한 뒷맛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