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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모멘트 Apr 24. 2021

#3 두근두근, 독립출판 후기

5년만에 첫 책

* '보내주고 싶은 일기장'
- 쓰잘데기없는 일기와 메모 중, 종종 주변에 보내드리게 되는 일기를 올립니다.
-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


 첫장을 펼치는 모든 이들에게

귀청이 떨어져 나갈만큼
크게 이야기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감사하다고.

방금 당신의 소중한 손길 덕분에
 책의 길고  여정이
마쳤노라고 말이다.

- 출간 일기 



2015년 7월 28일,
스위스 가는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 후, 2020년 7월 28일, 240페이지 책을 탈고했다.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한게 2017년, 여행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고민한게 2018년이었다. 그러고도 글 쓰는데만 꼬박 1년 8개월이 걸렸다.출판은 단언컨데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장기간에 걸친 단일의 '사건'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한 19년 1월부터 후원자 및 독자를 만난 20년 10월까지. 총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글을 쓰는 중간에 너무 행복한 적도 있고,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쓰며 눈물 주륵주륵 나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을 써내려가며 내 주변 인연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또 소중한지 새삼 깨달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첫 책 포장>


하지만 즐겁게 글을 쓰는 것과, 긴 호흡의 글을 완결 짓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심지어 출판에 문외한인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오롯이 만들어낸다는 것도 말이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 부족한 역량과 현실의 냉정함을 깨달았을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2020년 2월, 인쇄를 앞두고 완결본 초안을 읽은 첫 독자님이 엄청난 비판과 지적을 쏟아낼때, 그만, 세상이 무너져버렸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 글에 대해 그토록 신랄한 비판은 그 때 처음 접해봤다.


어쩌면 부정적인 반응이 무서워 어떤 글도 블로그나 매체에 기고하지 않았던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신랄한 비판을 듣고 온 날, 정수기 앞에서 차가운 냉수를 따라 한모금 마시다가 펑펑 울었다. 그 때부터 서러움과 자책, 부족함과 늦어지는 것으로 죄스러운 긴 여정이 펼쳐졌다. 심지어 중간에 팀 이동이껴버려서,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고 집에가는 퇴근길에 졸면서 글을 고치곤 했다. 무엇을 위한 일인지 고민스러울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출고 전 파쇄 확인>


만약 나만을 위한 일이었다면 그토록 쓰라린 눈길을 마주했을때 그 날 멈췄을거다. 작가의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 쓰는 취미로까지 욕을 먹기엔, 난 이미 꽤나 스트레스가 가득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멈추지 못한 건, 이 책은 내 주변을 위한 첫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난 우리 엄마 책을 내주고 싶다.


그리고 내 주변에, 세상 사람들은 몰라줘도 나는 알 수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고 싶다. 성공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자리에서 살아가는 삶이 멋져서, 분명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내가 책을 내야했다. 별것도 없고 쥐뿔도 없는 쟤도 책을 낸다는 걸 보여줘야했다. 사실, 그게 내가 책을 낸 이유다.

그 마음이 흐려질때, 잠이 너무 부족하고, 일에 진척은 없고, 너무 외롭고 괴롭고, 심지어 후원자님들께
따가운 눈총과 지적을 받고, 죄송스러움이 최대치에 이를때.. 포기하지 않게끔 지켜준 것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또 내 주변이었다.


<첫 독자님께 보낼 책과 엽서들>

글쎄. 나보고 또 책을 내라고 하면 낼 수 있을까?


그럽게 괴롭고 지리한 과정을 다시 한 번 밟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대답은 Yes다. 사실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더니, 부작용이 나타나버렸다. 지쳐서 질리긴 했는데, 조금은 능력과 자신감도 생겨버렸달까. 출판이 아니더라도, 상념들을 묶고 모아 내 개인 소장 책들은 자꾸자꾸 만들게 될 거 같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내 책'의 기쁨을 주변도 만끽하게 해주어야지. 왜냐면, 이 책은 파워포인트로 썼으니까! 마이크로소프트 유저라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다음 책의 작가는 당신이 됐으면 좋겠다.


꼭 남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한번쯤 당신의 소중하고 멋진 나날들을 돌이켜주었으면 좋겠다.

왜냐면 당신은 어디에 있든,
이미 멋진 날들을 살아왔을 거니까.
<직접 받았던 첫 완성본>

긴 시간 함께해주신 모두 감사합니다!



출간일기 전문

생애 첫 책이 세상에 나온 날. 한 없이 부족하고 어설픈 것들 투성이지만, 지난 7년간의 기록이 하나의 긴 글이 되어 손으로 만져지는 물리성을 띄게 되었다는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부디 이 짧지 않은 글 어딘가 한 토막에서라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진심이 전해지지 못하더라도 스쳐가는 미소라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몇 명의 사람이 진짜로 읽을진 모르지만, 단 한명의 독자라도, 단 한페이지라도 읽어준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일거다!

그 사람이 의도하였든 ,혹은 의도하지 않았든, 그 사람을 통해 길고 길었던 글쓰기와 편집, 출판의 모든 과정이 의미있어지는 순간일테니 말이다 :)

책장을 펼치는 모든 이들에게 귀청이 떨어져나갈만큼 크게 이야기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감사하다고. 방금 당신의 소중한 손길 덕분에 이책의 길고 긴 여정이 드디어 마쳤노라고 말이다.

혼자였다면 결코 내지 못했을 책이다. 부지런히 감사의 마음들을 전하고 다녀야지. 그리고 그 전에, 1년 8개월간 꼬박 고생한 스스로에게 척 독자가 될 기회를 선물해야지. 정말 고생했다. 아마 이미 이 책은 가장 열렬한 독자를 처음으로 만나버려서, 충분히 있어져버린 듯 하다.



'어디에 있든, 나는 여기에'

브런치에서 매주 연재합니다.


책 구매는 www.blankwhite.co.kr에서 가능합니다 :)

<출간일기>
<'지금의 세상' 서점에서 출고된 첫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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