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걸음 Apr 23. 2021

#2 지구 반대편에 있나봐요~

태평양을 건넌 펜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
- 주변으로부터 감사히 받았던 편지를 엮습니다.
- 소중한 당신에게도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


스페인에서 만난 언니


지구 반대편에 있나봐요~


올해의 마지막날, 안부를 전합니다. 일이있어서 올해의 마지막 출근을 했는데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려보는 지금 여긴 오전 9:18. 건강히 잘 지내는거죠?


2017년 한해도 고생많았어요- :)
숨을 고르고 새해를 잘 맞이해봅시드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답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 자전거를 타고 해안을 달리다가, 언니 연락 받고 울컥했네요. 출국날 공항에서 연락드릴까 하다가 카톡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여행이어서 연락 못했었어요.

스스로를 잘했다 다독이며 힘든 미래가 닥치기 전 추억을 만들고자 갔던 유럽과 달리, 이번엔 철저히 도피성 여행이었거든요. 현실을 살아낼 자신이 없어서 만약 이런 삶이라면 살고싶지 않아서 그렇게 도망온 여행이었어요.

결과적으론, 언니한테 연락 드려도 부끄럽지 않을 여행이 됐습니다. 연락 보자마자, 스페인 마지막 그날처럼 이번 여행은 내게 밑거름이 될거라고, 여길 와서 너무 다행이라고, 그렇게 느껴져서 울컥했어요.

2016년을 보내며, 2017년을 소망했던것과 달리, 2018년은 2017년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을 부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고생한만큼 남지 않았더라도(혹 다른 형태로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고생한만큼 소중한 한해니까요!

언니에게도, 올 한해가 소중한 한 해로 기억되기를 바라요!


올해의 고민들과 기억들이 2018년에 밑거름이 되어주기를 바라봅니다. 언니가 커피 한잔의 여유로 맞은 2017년 마지막 날이, 저는 비행기 안에서 맞을 한 해의 끝자락이, 올 한해를 너그럽게 품어주기를! 언니 말처럼 숨 고르고!! 새해 잘 맞이해보아요 :)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인사 전해봅니다.


참고로 여긴 오후 8시 12분, 공항 가는 기차 안이에요. 너무 일 많이하지 말고 들어가세요!
먼저 연락주셔서 감사하구요!

해피 뉴이어!!


새해 첫 날 답장

어제 몸살기운이 있어서 약을먹고 저녁부터 잠듦. 지금은 귀국했으려나 :) 샌프란시스코는 어떤 느낌을 주는 곳인지 궁금하네 :) 하루하루는 반복되는데도 자고나니 새해라는게 뭔가 어색하고 생경한 기분.

한해 동안 많이 힘들었군요...
아고...

민지의 절제된 말투에서도 정말/엄청/무지무지 고되고 힘들었던 일년이 지나가는듯하네. 도피성 여행이라니..  했어요! 완전  한거같은데!!

'어떤' 여행이면 어때요.


떠날 이유는 너무도 많고 내맘대로 안되고 속박당하는 일상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여행인지도... 내 의지대로 훌쩍 떠날 수 있음이 주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 위로, 안정감, 자유로움을 통해 회복하는 숱한 마음들이 있을테니...


이곳이 숨막히고 끔찍해서 떠나는 일은 당장은 뭔가 불안정해뵐수도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떠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때 겪는 좌절감보단 훨씬 긍정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순방향으로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뻔한 이야길 하고싶진 않았는데결국 뻔해져버림 흑흑.

뻔한 얘기 하나만 더하면, 고생한건 어딘가엔 결국 남아있지않을까요.


민지말대로 다른 형태로 어딘가엔 남아있는거 :)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화려한 경력으로 인정은 안되더라도 내가 그 고생많은 시간을 견뎌냈다하는 내 인정 같은거. 


차한잔 하고 수다를 떠는것도 좋을텐데 거리가 참.. :) 회사에선 새해에 많은 변화가 있는건가- 민지는 또 어떤 포지션으로 새해를 맞이하면 되는거신가- 궁금하고 듣고싶네요!


나는 음- 하반기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사적인 영역에서) 아주 생난리를 부리다 많이 괜찮아졌지요ㅋㅋ 일은 나름 잘 적응하는것같고, 내가 사랑했던 일과 그냥 하는 일 사이의 간극을 이젠 다소 담담히 보게되는것같아요. 여기서 내가 할수있는건,, 그나마 좀 적극적으로 일하는거- 라 생각하며...

바람 쐴 일 있으면 어디선가 한번 봐요!

마드리드 민지도 해피뉴이어-


<캘리포니아 선셋>


매거진의 이전글 #1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면 축하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