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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주도권을 내 안에 두는 삶

안분지족(安分知足)

by 무공 김낙범

초라한 현실

우리는 매일 불안한 시대를 살아갑니다. 눈만 뜨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며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남들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며 높은 파도에도 능숙한 서핑을 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그들에 비하면 나 자신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초라해지기만 합니다.

이렇게 비교의 늪에 빠진 우리는 정작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잊은 채, 없는 것에만 집착하며 불안과 조바심 속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은 자신의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뜻합니다. 이는 현실에 안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진정한 행복의 시작점을 알려주는 오래된 지혜입니다.


비교는 불행의 시작

하버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은 절대적인 소유보다 상대적인 비교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연봉이 높아도 주변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불행하고, 적게 가져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행복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관점에서 비롯됩니다. 안분지족의 자세는 바로 이 관점의 전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대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자세. 없는 것에 집착하는 대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공원을 산책하며 단풍의 아름다운 광경에 미소를 짓고,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성장과 만족의 균형

진정한 안분지족은 오히려 건강한 성장의 토대가 됩니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안과 조급함으로 무리한 선택을 하거나, 과정을 즐기지 못한 채 결과에만 집착합니다.

반면 지금의 자신을 수용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의 여유로 더 멀리 내다보며, 지속 가능한 속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핵심은 균형입니다.

현재를 긍정하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과정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안분지족의 현대적 해석입니다.


충분함을 아는 삶의 풍요

노자는 말했습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족하다."

진정한 풍요는 많이 가진 데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함을 아는 마음에서 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지혜입니다. 그저 하루 한 끼라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안분지족의 자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행복의 주도권을 내 안에 두는 것입니다.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내가 세운 기준으로 살아갈 때, 그것이 안분지족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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