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을.하지.않아도.되는.여행의.시작
주로 혼자 여행을 다녔다.
혼자니까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고 싶을 때는 자고
놀고 싶을 때는 놀고
이 얼마나 훌륭한 시스템이란 말인가
그런데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부부가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실 조금(많이) 걱정이 되었다.
온전히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서로 예민함을 등에 업고 마음이 상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먹고 싶지 않아도 먹고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이런 걱정 저런 걱정이 매듭처럼 이어져 손목에 턱하니 걸쳐지는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여러 시간이 지나고..
내가 뭘 걱정했던 거지.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내 손목에는 대롱대롱 뭔가가 매달려 있었는데 말이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며
더 많은 걸 이야기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걸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늘 혼잣말이 쫓아다닌 여행이었는데,
더 이상 혼잣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건지 알 수 있게 해준 여행이랄까.
사실 결혼을 하기 전 혹은 친구 사이에 배낭여행이었으면 조금은 달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친구라면 혹은 이 사람과의 영원한 빨간 끈의 연결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은 더 내 의견을 말하고, 조금은 더 내 의도대로 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조금은 더 그 사람의 의견을 흘려듣고, 조금은 더 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행에 신혼이 더해지니 모든 상황이 나름 원만히 지나갔다.
태어나 몇 번 있을지 모르는 세상 가장 행복한 순간이 신혼 아니던가
아직은 콩깍지가 눈에 착 달라붙어
무엇을 해도 예쁘고, 무엇을 해도 사랑스럽고, 무엇을 해도 행복한
신혼 버프로 인해 여행 중 속상하거나 의견이 안 맞아 답답한 상황에서도
조금 더 배려하고 되고, 조금 더 걱정하게 되고, 조금 더 맞춰가야지 다짐하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정말 그러하다. 훗)
그렇게 신혼에 여행이 더해지고, 혼잣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평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