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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Jun 05. 2024

오히려 좋아, 차라리 잘됐어!

even better

오랜만에 몸에 글자를 새겼다.

처음엔 탄생화에 커버업하려고 했는데, 문구를 돋보이게 하고 싶어서 텍스트로만. 뭔가 아쉬움에 엉성하게 꽃도 새겼다. 

even better. 풀이하면 "오히려 좋아, 차라리 잘됐다, 더 낫다" 정도의 의미이다. 

이젠 지나간 고민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한글이 더 이쁜 것 같기도. 


각설하고. 

이 문구를 새긴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나 스스로를 위한 다짐이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변수와 변화, 그리고 반전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무너지지 않게 

나를 똑바로 잡아주기 위한 말이였고.

또 하나는 그런 순간을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30여 년의 인생에서 굴곡은 늘 있어왔다. 

그렇다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하는 류의 굴곡은 아니지만 

사연 있는 여느 집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안고 태어나 많은 사연을 경험하며 자랐다. 


어릴 때 나는 매번 그 타이밍이 찾아오면 와르르 눈물을 쏟아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혼자 버텨냈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잊어보려 오랜 시간 잠을 자보기도, 먹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도 해 봤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누구나 본인이 감당할 정도의 시련이 주어진다는데, 나는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답은 너무나도 YES. 

힘들지만 죽을 것 같지 않았고, 어렵지만 해결 못할 것 같지 않았다. 

복잡하고도 답이 없는 인생에서 올바른 길,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적어도 '저 사람은 저렇게 됐는데, 난 뭐 했지?'라는 후회 따위는 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그때부터였나. 

even better, 오히려 좋다는 이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시련이라면 

더 감사한 마음으로 즐겨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썩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오히려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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