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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Nov 22. 2021

빛바랜 사진 한장

컨셉진스쿨-8월에세이 프로젝트 #11. 그리움

중학교 즈음이었나.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인형 눈을 붙이거나, 혹은 종이봉투 접기 같은 알바를 하던 엄마가 사진관에서 일을 시작한 적이 있다. 그냥 보조 알바를 뽑는 거라서 기대 없이 갔다가 덜컥 채용이 된 것이다. 나중에 들었는데, 엄마가 참 열심히 사는 사람 같아서 뽑았다고 들었다.


사진관 용어는 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엄마는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한다. 영어를 잘 모르는 것이 들키면 잘리게 될까 조마조마했다고. 하지만 눈치가 빠른 엄마는 사장님과 손님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받아 적어서 어려움 없이 일을 했다. 실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사장님이 엄마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다. 엄마는 선뜻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가, 다 찢어진 사진 한 장을 사장님께 내밀었다. 엄마는 "엄마와 찍은 사진인데 너무 오래돼서 찢어지고 색도 바라고 있으니 원래 상태로 복원을 해줄 수 있냐"라고 물었다. 사장님은 당연하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엄마는 마치 지금 막 찍은 듯한 사진 한 장을 선물 받았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외할머니가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눈이 똘똘한 한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중에 엄마에게 전해 들은 것이라 몰랐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생하게 떠오른 하루가 있다. 소주   마시면서 사진 하나를 품에 안고 애기처럼 엉엉 울던 엄마 모습. 우리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엄마의 엄마를  많이 보고 었나보다.


엄마는 가끔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그게 엄마가 할머니를 기억하는 방법이었겠지.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마음을 내가 어찌    있을까. 엄마의 감정들을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알게  것이 미안하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따뜻하게 엄마를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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