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스쿨-8월에세이 프로젝트 #23. 드라마
주말 저녁은 엄마와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다. KBS 주말 드라마와 MBC 주말 드라마가 끝나면 우리는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사실 주말 드라마를 왜 보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엄마랑 몇 번 같이 보고 난 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마라 맛 드라마는 주말에만 가능하구나. 그리고 (가끔) 말도 안 되고 이해가 안 되는 이런 드라마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살게 하는 재미구나.
어느 날인가. 온갖 막장에 자극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에는 미쳤다고 하면서 이런 걸 왜 보냐고 했던 내가 주말에 자연스럽게 거실에 앉아 드라마 할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엄마랑 나랑 제일 좋아했던 드라마는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아버지가 이상해'였다. 이 밖에도 너무너무 많지만 이 세 개는 내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엄마랑 나랑 같이 미쳐있었다. 재방, 삼방, 사방까지 보고 또 본거라 생생하다.
처음에는 욕하던 엄마가 이해 안 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엄마보다 내가 더 욕을 하고, 내가 더 기다리고, 방송을 하지 않는 날에는 VOD로 이미 방영된 부분을 다시 보기도 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 번은 티브이를 돌리다가 '왔다, 장보리'가 다시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보면서 엄마랑 같이 보던 때가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장보리는 내가 엄마랑 같이 주말에 드라마를 보게 해 준 시작점이었다. 그래서 더 애틋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던 때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거, 엄마 배를 쓰다듬으며 앉아있던 그 순간들도 함께 떠올랐다. 가끔 야식을 먹기도 했고.
지금도 주말이 되면 드라마를 챙겨 본다. 이건 엄마랑 같이 봤으면 진짜 재미있었겠다 하는 것도 있고, 이건 엄마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네 하면서 본다. 여전히 막장에 자극적이다. 엄마는 없는데, 스토리는 여전하다.
근데 주말드라마는 역시 엄마랑 봐야 재밌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