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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Sep 06. 2021

내가 죽어도 '일기장'은 남겠지

컨셉진스쿨-8월에세이 프로젝트 #12. 일기

엄마를 떠나보내고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힘들고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서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짤막하게 내 마음을 기록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러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10년 치 일기장을 샀다. 10년 동안 하나의 일기장에 기록하는 나의 인생은 어떨까 싶어서 샀는데 나름 만족하고 있다. 같은 날의 10년 전과 10년 후의 변화를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사실 일기를 쓰게 된 건 처음엔 단순했다. 엄마가 사라지고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너무 크게 다가와서인지 하루하루가 무섭고 두려웠다. 이러다 갑자기 나 또한 사라지게 되면 어쩌나, 그럼 이 세상에 있던 나는 엄마와 마찬가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지. 그러다가 문득 일기를 써보자고 생각이 됐다. 누군가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감정들을 알아주었으면 해서. 뭐 민망한 순간들도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뭐 어때. 나는 이미 없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봤다.


엄마의 죽음이 나에게 준 변화 중 하나는 하루를 돌이켜보고, 다음을 계획하게 하는 것이다. 매일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자주 그렇다는 거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달까. '오늘 내가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누군가가 간절하게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처럼 내 하루는 엄마가 간절하게 바라던 내일이었을 테니 흥청망청 쓰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가끔 엄마와 에피소드를 적기도 하는데 그것도 일기를 쓰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흐려지는 일들을 글로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나중에 나이가 들면 추억을 붙들고 살게 된다는데 지금 쓰는 나의 하루의 끄적임이, 생각의 끄적임이 훗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는 것도 나쁘지 않지. 


오늘 일기장에는 아마 이 글을 쓰고 엄마의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다. 서서히 잊히는 것은 슬프고 아픈 감정일 뿐, 기억까지 잊을 필요는 없으니 난 엄마에 대해 또 쓰고, 또 써서 가득 채워둘 거다. 그게 내가 엄마를 추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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