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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Sep 06. 2021

엄마의 부탁

컨셉진스쿨-8월에세이프로젝트 #22. 부탁

나에게는 오래된 친구들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해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제 만난 지 곧 30년이 되어가는 친구들이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 한 친구는 몸에 좋은 것들을 가져다주고, 또 다른 친구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오자마자 엄마를 만나러 왔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맙고 따뜻한 건지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엄마가 병원에 한참을 누워있었을 때 친구들이 병원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리고 힘들 나의 말벗이 되어 주기 위해서 찾아왔을 것을 잘 알기에 나는 그 마음을 기꺼이 받았다. 별 의미도 없는 말에 웃고, 또 웃으며 그 시간의 힘듦을 잊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되었었다.


그리고 엄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을 때에도 친구들은 어김없이 병실로 찾아왔다. 엄마에게 인사를 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도. 병실 앞에서부터 눈물을 참으며 간신히 엄마를 만났는데 불과 며칠 만에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건네기도 힘들어진 엄마가 꾹꾹 눌러 담았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꺼냈다. 딸을 잘 들여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항상 곁에서 좋은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다. 그 좁은 병원 침대에서 엄마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고, 친구들은 불편한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엄마의 간절했던 청을 너무 잘 실천해 주고 있다. 친구 엄마의 장례식인데도 회사에 3일이나 연차를 내고 엄마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했고, 한 친구는 남편까지 동원해 일을 도와줬다. 이삿날에는 직접 와서 짐도 정리해주고, 생일에 집에 혼자 있게 하지 않으려 나보다 먼저 들어가 파티 준비도 해주고.


정말 고맙고, 또 고마운데 표현을 잘 못한다. 그래도 한 번은 꼭 이야기해야지. 엄마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웠고, 엄마의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내 친구여서 더없이 고마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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