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좀 하지 마세요, 전 지금도 이뻐요
살 빼면 예쁘겠다
대략 10대쯤, 그리고 20대를 겪고 이제 30대를 N 년쯤 살아오면서 늘상 듣던 이야기이다. 어린 나이에는 이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몰랐다. 아, 내가 이쁘다는 이야기구나. 살을 빼면 나를 더 이뻐해 주겠지. 그런 생각으로 20대를 다이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항상 뭔갈 할 때마다 "살 빼면 해야지"를 입에 달고 살았다. 습관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나는 그리 독한 사람이 아니었고, 또 스스로 살을 빼야 하는 이유를 알았냐 하면 절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다이어트 이후에는 항상 요요를 겪었다. 사람들이 흔하게 인사말처럼 건네는 "너 살쪘어?"라는 한 마디에 밤마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고 짜증을 내고, 체중계에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눈물을 머금었다. 부끄럽고, 안타깝게도 이런 삶이 내 20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통통했다. 날씬했던 적이 있었냐고 한다면 없었던 것 같다. 지극히도 평범했고, 누구보다 먹을걸 좋아하는 어린아이였다. 떡볶이와 치킨을 좋아하고, 피자보다는 짜장면이나 빵을 더 좋아했던. 운동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양궁부에 입단을 해보기도 했고, 친구들과 모여서 춤을 추기도 했다. 당시에는 달리기를 좋아해서 오래 달리기 시합에도 나갔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이 빠지는 건 아니었다. 똑같이 먹고, 운동을 더 많이 해도 살이 찌는 건 나였다. 그게 내 체질이었다. '체질이기 때문에 나는 살을 뺄 수 없다'는 아니고, 체질이 그렇기에 남들보다 2~3배 노력해야 사람들이 말하는 '미용 체중'에 도달할 수 있다. 유전자가 이렇게 타고난 것을, 그건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전 지금도 예쁜데요
지금 생각하면 개소리인 저 말을 제일 많이 들었던 건 대학생 시절이다. 1학년 1학기 때 몸무게가 극으로 치닫았는데, 너무 살이 쪄서 그런지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학기, 내가 나름 다이어트를 하고 왔을 때부터였다. 방학 동안 얼마나 운동을 했던지 하루 세끼를 고봉밥으로 먹었는데도 무려 15 킬로그램이 빠졌다. 워낙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것도 있었지만. 1학기 때 찐 살 + 고등학교 3학년 때 불어난 몸무게까지 모두 빼버렸다. 그렇게 2학기에 학교를 가니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처음 3학년 언니가 나를 보면서 문제의 말을 했다. "너 살 빼면 되게 이쁘겠다". 그게 첫 시작이었다. 이 말을 들은 내 대답은 "감사합니다"였다. 뭐가 감사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칭찬이라 여겼던 듯하다. 지금이라면 아마 다른 대답을 하고 학교에서 아싸를 자처했을 듯하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넌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인생이 더 행복해질 것 같아"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안면만 튼 건너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을 빼려 전전긍긍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을 생각하니 나의 20대가 좀 슬프기도 하다.
나는, 지금 또 살이 엄청 쪄있는 상태다. 물론 이제 나이가 들어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건강하게 살을 빼보려 하고, 궁극적으로는 엄마의 장례 이후로 삐뚤어진 내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앞으로 여기 기록할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가 다이어트를 하기 전, 하고 나서, 그리고 하면서 있었던 일들이다. 재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이 매거진이 채워지는 동안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꼭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도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