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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Dec 05. 2021

살 빼면 진짜 예쁘겠다

개소리 좀 하지 마세요, 전 지금도 이뻐요

살 빼면 예쁘겠다


대략 10대쯤, 그리고 20대를 겪고 이제 30대를 N 년쯤 살아오면서 늘상 듣던 이야기이다. 어린 나이에는 이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몰랐다. 아, 내가 이쁘다는 이야기구나. 살을 빼면 나를 더 이뻐해 주겠지. 그런 생각으로 20대를 다이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항상 뭔갈 할 때마다 "살 빼면 해야지"를 입에 달고 살았다. 습관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나는 그리 독한 사람이 아니었고, 또 스스로 살을 빼야 하는 이유를 알았냐 하면 절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다이어트 이후에는 항상 요요를 겪었다. 사람들이 흔하게 인사말처럼 건네는 "너 살쪘어?"라는 한 마디에 밤마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고 짜증을 내고, 체중계에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눈물을 머금었다. 부끄럽고, 안타깝게도 이런 삶이 내 20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통통했다. 날씬했던 적이 있었냐고 한다면 없었던 것 같다. 지극히도 평범했고, 누구보다 먹을걸 좋아하는 어린아이였다. 떡볶이와 치킨을 좋아하고, 피자보다는 짜장면이나 빵을 더 좋아했던. 운동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양궁부에 입단을 해보기도 했고, 친구들과 모여서 춤을 추기도 했다. 당시에는 달리기를 좋아해서 오래 달리기 시합에도 나갔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이 빠지는 건 아니었다. 똑같이 먹고, 운동을 더 많이 해도 살이 찌는 건 나였다. 그게 내 체질이었다. '체질이기 때문에 나는 살을 뺄 수 없다'는 아니고, 체질이 그렇기에 남들보다 2~3배 노력해야 사람들이 말하는 '미용 체중'에 도달할 수 있다. 유전자가 이렇게 타고난 것을, 그건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전 지금도 예쁜데요


지금 생각하면 개소리인  말을 제일 많이 들었던  대학생 시절이다. 1학년 1학기  몸무게극으로 치닫았는데, 너무 살이 쪄서 그런지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같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학기, 내가 나름 다이어트를 하고 왔을 때부터였다. 방학 동안 얼마나 운동을 했던지 하루 세끼를 고봉밥으로 먹었는데도 무려 15 킬로그램이 빠졌다. 워낙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것도 있었지만. 1학기    + 고등학교 3학년  불어난 몸무게까지 모두 빼버렸다. 그렇게 2학기에 학교를 가니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처음 3학년 언니가 나를 보면서 문제의 말을 했다. "  빼면 되게 이쁘겠다". 그게  시작이었다.  말을 들은  대답은 "감사합니다"였다. 뭐가 감사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칭찬이라 여겼던 듯하다. 지금이라면 아마 다른 대답을 하고 학교에서 아싸를 자처했을 듯하다.


내 말이.....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넌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인생이 더 행복해질 것 같아"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안면만 튼 건너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을 빼려 전전긍긍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을 생각하니 나의 20대가 좀 슬프기도 하다.


나는, 지금 또 살이 엄청 쪄있는 상태다. 물론 이제 나이가 들어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건강하게 살을 빼보려 하고, 궁극적으로는 엄마의 장례 이후로 삐뚤어진 내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앞으로 여기 기록할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가 다이어트를 하기 전, 하고 나서, 그리고 하면서 있었던 일들이다. 재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이 매거진이 채워지는 동안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꼭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도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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