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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재윤 Feb 18. 2023

목적 없이 살아도 괜찮아

영화 <소울>에 대한 감상

  초등학교 음악 기간제 교사인 “조 가드너”는 최고의 음악가인 “윌리엄스”와 함께 공연하는 일이 일평생 소원이었다. 그는 동료의 도움으로 윌리엄스와 함께 연주할 기회를 얻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무대가 끝나고 난 후 헤어지는 길이었다.



윌리엄스 : 백번하고 한번 좋은 게 공연이라는 놈이야. 오늘 같은 공연은 흔치 않지.
조 가드너 : (기뻐 웃다가 이내 웃음이 사라지며) 네~!... 그럼 전 이제 뭘 하죠?     
윌리엄스 : (눈을 힐끗거리며 당연하다는 듯이) 내일 밤에 돌아와서 다시 공연을 하는 거야.     
조 가드너 : (당황스러운 표정과 실망스러운 표정에 교차한다.)     
윌리엄스 :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조 가드너 : 그야…. 저는 이 순간이 오길…. 평생을 기다렸으니까. 뭔가 좀 다를 줄 알았거든요.     
윌리엄스 : (말없이 고갤 끄덕이며) 옛날에 젊은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어. 젊은 물고기는 늙은 물고기한테 말했지. 전 바다라는 곳을 찾아가고 있어요. 늙은 물고기가 말했어. 뭐 바다? 여기가 바로 그 바다야. 여기 가요? 젊은 물고기는 놀랐지. 이런. 전 물속 말고 바다로 갈래요!
조 가드너 :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윌리엄스 : (별거 아니란 표정을 지으며) 내일 다시 보자고.


  일시적인 기쁨과 행복은 다르다. 내가 19살 때 서울권 대학에 들어간 순간 이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평생 가지 않았다. 18년도에 처음 출간계약을 맺었던 날.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며 행복에 빠졌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삶이란 일시적인 기쁨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삶이 마치 무한한 직선만 같다면 기쁨은 직선 곳곳에 듬성듬성 찍힌 크기가 없는 점과 같을 뿐. 직선에 기쁨이 아닌 무수히 많은 점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크 센델은 사람이 사는 이유는 목적 때문이며 목적이 성취될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삶 대부분은 목적보다 별거 아닌 것들로 채워진다. 피자를 먹으며 혀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 기차를 타다 노을 진 햇살을 보며 잠깐 멍을 때리는 일. 온종일 책상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잠깐 바깥공기를 마시며 한숨을 쉬는 일. 모두 우리 삶이다.


  삶에 목적이 꼭 있어야 하는가. 목적은 그저 살아있기만 하면 자연스레 채워지는 것일 뿐. 그러니 지금 당장 목적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으며 목적에 너무 얽매여 삶을 잃어버릴 필요 없다. 목적만으로 삶이란 직선을 모두 그려낼 수 없을 테니.



  영화 <소울>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기 직전에 조 가드너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이라면 뭐라 대답하고 싶은가?


“조 가드너. 앞으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 거죠?”
“이거 하난 확실해요. 이제부터 모든 순간을 즐기며 살 거라고.”


  그는 집 밖을 나서며 선선한 가을 공기를 들이마신다. 아침 햇살이 비친 단풍 낙엽은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흐뭇하게 번졌다.


--  End credi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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