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여름꽃
서울의 부모님 집 베란다엔 커다란 문주란이 하나 있는데,
몇 번의 이사를 동행할 정도로 가족과 역사가 깊다.
단단하고 윤이 나는 잎이 굽이굽이 흐르고 건강한 풍채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도 대단했다.
그런 문주란이 갑자기 청순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하얀 꽃대가 올라올 때.
문주란이 꽃을 틔우면 엄마는 꼭 늦잠을 자는 나를 깨워서 꽃이 폈다고 알려줬다.
내가 ‘이쁘네...’ 라고 하면 엄마는 잘 키워낸 자식이 칭찬을 받는 듯 뿌듯해한다.
베란다엔 그런 칭찬을 받을만한 식물들이 가득이다.
엄마는 뭐든 참 잘 키우는 사람이다.
글/그림 Y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