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책 수십 권 수백 권을 쉽게 꺼내 볼 수 있다니...
업무용 혹은 학습용으로 사용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PC는 버려지기 쉽다. 보통 화면은 노트북보다 작은데, 텍스트를 입력하기 쉽지 않으니까. 가볍고 휴대하기 간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이동형 멀티미디어 파일 재생장치'가 되곤 한다. 사실 이렇게 쓰이는 게 태블릿PC의 많은 사람들의 태블릿PC 구매의 주목적이긴 하다.
다만 태블릿PC를 동영상 시청용으로만 국한한다면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들고 다니면서 영상을 보기에는 스마트폰이 차라리 더 가볍다. 집에서 본다면 노트북 등 PC를 펼쳐 보거나 TV를 보면 된다. 소파에 누워 태블릿PC를 본다고 한들 스마트폰보다 무겁다. 손으로 쥐고 보다 보면 '무겁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동영상 시청용에 있어서도 태블릿PC는 '사이에 낀 존재'가 될 여지가 있다.
이런 단점에도 태블릿PC가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활자'를 보는 데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상 시청에 있어 휴대성은 스마트폰에 밀리고, 화면 크기에서는 PC에 밀리겠지만, LCD로 올라온 글을 보는 데 있어서는 강점이 된다. 스마트폰보다는 더 시원시원하게 큰 화면으로 책이나 글을 읽을 수 있다. 노트북 등 PC로는 도저히 힘든 '지하철 안에서 디지털화된 책 보기'도 가능하다. 여기에 펜을 갖고 필기까지 할 수 있다.
◇태블릿PC로 활자를 보는 방법
태블릿PC로 텍스트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인터넷이다. 포털 앱 등을 통해 올라온 기사를 터치(클릭)해 기사나 글을 보는 식이다. 가장 보편적이면서 쉬운 방법이다. 타임킬링(시간 때우기) 용으로도 괜찮다.
두 번째가 전자책이다. EPUB으로 변환된 전자책을 읽는 것인데 이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전자책을 파일 형태로 사는 방식이다. 교보문고나 예스24 같은 서점 앱에서 전자책을 사는 게 가장 쉽다. 일반 종이책 가격의 60~70% 자격 정도로 구매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까. 이때는 서점 전용 앱에서 책을 읽게 된다.
요새는 전자책을 구독해서 볼 수 있다. 한 달에 9900원만 내면 플랫폼에 게시된 전자책을 무제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무한리필 고깃집 같다고나 할까. 최신 나온 베스트셀러도 쉽게 찾아 읽어볼 수 있고 '부지런'만 떨면 전자책 1~2권 살 돈으로 몇십권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전자도서관 책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자도서관이 의외로 잘되어 있다. 예스24나 교보문고 앱을 활용하면 각 지역별, 학교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다. 이때도 이 플랫폼의 앱을 활용해야 한다.
세 번째가 오프라인 책을 직접 PDF로 만들어서 태블릿PC에 넣고(저장) 다니는 방식이다. 책을 직접 스캔하고 PDF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거운 책 여러 권을 한꺼번에 넣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OCR이라고 해서 스캔이 잘 된 PDF는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검색도 할 수 있다. 20년 전 '라때는 말이야'와 달리 지금 대학생들이 단출하게 아이패드로 넣고 다니는 이유가 다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을 바리바리 가방에 넣고 다니던 추억을 가진 아재로서는 신세계였다.)
이 방식이 좋은 게 뭐냐 하면, 무거운 책 여러 권을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읽어볼 수 있다는 장점 외에, 도서관 등 빌린 책을 스캔해서 또 계속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 위반의 소지가 있지만, 내가 만든 PDF 책을 공유하거나 배포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도서관 책 스캔과 관련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자세히 아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게다가 책 스캔도 쉽게 쉽게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발전하고 있고, 스캔 앱 성능도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앱에서 바로 스캔 후 하나의 PDF파일로 엮어 준다. 이렇게 만든 나만의 PDF책을 아이패드에 넣고 다니면서 느꼈던 신세계란....
물론 책이 주는 질감이 훨씬 크지만, 평소 공부를 많이 하는 '갓생러' 직장인들에게는 감히 추천하고 싶다.
◇각 방법의 장점과 단점, 다시 한번 정리
마지막으로 각 방법의 단점을 정리하자면, 첫 번째 방법 '인터넷 포털 등에 올라온 글 읽기'는 PC나 스마트폰 이용 형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웹에 올라온 글을 읽는 것이니까. 최근에는 구독료 등을 받고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도 늘었다.
단점을 꼽자면 텍스트 옆에 붙는 광고 등이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일반 책을 읽는 것보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희한하게 웹에서 읽은 글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제목 읽고 단락별로 훑어보는 방식으로 글을 읽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두 번째 '전자책 구매'는 깨끗한 화질의 전자책을 합법적으로 본다는 장점이 있다. 목차별로 보고 싶은 부분을 바로 볼 수도 있다. EPUB 파일에 목차 따라가기 기능이 있는 덕분이다.
한 번 구매한 책은, 내가 회원탈퇴를 하기 전까지 반영구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주 보면서 꼭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면 이 방법이 좋다.
밀리의 서재 구독과 같은 전자책 구독은 최신 책까지 거의 무한정 볼 수 있지만, '헬스장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적어도 한 달에 2권 이상 매달 정독해야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전자책 도서관은 무료로 책을 본다는 게 장점이지만, 최신 책이나 인기 많은 책은 빌려보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문서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쿼터'가 정해져 있다. 라이선스와 관련 있어 보이는데, 인기 책도 4권 정도만 구비해 놓고, '반납'이 되지 않으면 빌릴 수가 없다.
세 번째, PDF로 직접 만들어 보기는 '번거롭다'라는 점이다. 제아무리 최신 스캔 앱이 있다고 해도 각 페이지별로 내가 내 손으로 펼쳐가며 스캔용 사진을 찍어야 한다. 300페이지 책도 어림잡아 1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페이지 스캔을 하려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파본이라고 할 만한 페이지도 일부 나왔다. 예컨대 스마트폰 카메라가 초점을 잡는 동안 스캔용 사진이 찍히면 흐릿한 페이지가 완성된다.
저작권과 관련해 꺼림칙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내가 산 책을 가볍게 보려고 스캔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게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통째로 스캔해 PDF로 만드는 것도 '저작권 위반'의 경계선상에 있는 듯하다. 출판사 등 저작권자가 소송을 걸면 얼마든지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일이 개인이 스캔해서 보는 것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행위가 출판사의 (판매) 업무를 방해했는지도 명확하지가 않다. 도서관 책 중 상당수는 절판됐거나 팔리지 않는 책이 많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만든 PDF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행위는 분명 저작권법에 걸릴 수 있다. 내가 공유한 PDF로 인해, 잠재 구매자 중 하나가 책 사는 것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출판사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 스캔은 하되, 어디까지나 '내가 간편하게 휴대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해서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후기
아이패드를 동영상 시청용으로만 쓴다면 아까운 게 사실이다. 그럴 의도라면 가격이 싼 중국산 태블릿을 사서 들고 다녀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국산 태블릿PC 중에서도 갤럭시탭 싼 제품은 30만 원대로 사는 게 가능하다.
반면 아이패드의 시작가는 제일 싼 10세대 64GB가 40만 원대 후반대에서 50만 원대다. 요새 많이 쓴다는 아이패드 에어 등의 가격은 이 가격의 갑절까지 올라간다. 아이패드프로 버전이라면 더더욱 비싸다. 그 가격이면 맥북에어 등 노트북류 구매를 심히 고민해 볼 만하다.
심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왕 비싼 돈을 주고 산 기기라면 자기 계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독서나 학습, 필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니까. 특히 독서와 학습 분야에서 아이패드 만나 갤럭시탭 중상위급 모델에서 효용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