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갖고 있는 강력한 무기는?
시대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군대에서 이등병이 이쁨 받기란 어렵다. 낯설고 물선 곳인데, 그곳 나름의 규칙과 문화를 배우고 체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선임과 비교해서 여러모로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청소하기 등을 들 수 있다. 걸레질과 같은 청소일은 20년 전 군대 내무반에서 일이등병이 도맡아 한다. 자기 방 청소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젊은 청년들이 와서 하려니 힘들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갈굼'이란 것을 또 받게 된다. 바깥에서 고귀한 존재로 인정받고 자랐을 텐데, 군대 이등병으로 와서 고작 걸레질 못한다고 '개쓰레기' 취급을 받는 셈이다.
이는 이등병의 자기 정체성 파괴 과정과도 밀접하다. 바깥세상에 쌓아 왔던 정체성을 파괴하고 군대에 맞는 인간형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다. 여러모로 불합리한 일이 자행되기는 하지만 인간이 있는 조직 사회에서 '뉴비'들은 피할 수 없는 관례와 같았다. 이런 힘겨운 과정일 이겨낼 때 비로소 멤버로 인정받게 된다.
달리 보면 이런 과정은 수렵·채집사회에서의 성인식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어린이가 아니라 버젓한 성인 만자로서 '한몫'의 일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니까. 혹독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종의 통과 의례다. '선임들이 요구하는 '인간형'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됐다'면 맞는 말일까.
이런 맥락에서 '뉴비'에게 가혹할 정도의 신고식을 가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가까이로는 대학교 입학할 때 오리엔테이션 때, 멀리로는 서구 유럽 명문대의 신고식 등이다. 마이클 조던, 데이비드 베컴 같은 슈퍼스타도 '뉴비'일 때는 선임들에게 신고식을 해야 했다.
그런데도 이쁨 받는 이등병이 있다. 이런 이들이 경쟁자들과 다르게 탁월하게 걸레질이나 비질을 잘해서일까? 아마 이런 경우는 대단히 드문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청소라는 것을 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절대 완벽할 수 없다. 어딘가에는 먼지가 쌓여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어떤 이들일까? '축구를 잘하는 이들'이다. 전투력 혹은 내무생활과 무관한 특기이지만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특기다. '군대에서 축구'라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는 사람은 쉽게 이해할 것이다.
일머리가 있어 작업을 잘하는 친구들도 서서히 빛을 발한다. 이런 이들은 행정보급관 같은 간부의 눈에 띈다. 힘이 세거나 목공일을 잘하는 이등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불려 가 일을 하고 오지만, 간부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타 이등병보다 유리하다.
이렇게 이쁨 받는 이등병은 출발선상부터 달라진다. 인정을 받게 되니 자신감이 붙게 되고 더 능동적이면서 열심히 군생활을 하는 식이다. 걸레질 실력은 타 이등병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남다른 특기 하나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내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경우가 응용된다. 가령 언론사라고 한다면 기사 쓰는 실력과 무관하게 영업을 잘 해온다던가, 혹은 유튜브 제작 등에 큰 공헌을 한다던가. 혹은 일반 사무직인줄 알았는데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다던가, 엑셀 다루는 게 신의 경지에 올랐다던가. 남들이 다 갖추고 있는 업무 외에 특별하게 '무기' 하나를 더 장착하면 더 큰 인정을 받게 된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남 다르게 인정받는 특기는 어떻게 갖춰나가야 할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취미생활을 꽤 체계적이면서 누적적으로 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앞서 예를 든 축구도 취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역량도 가욋일로 본인이 조금씩 한 것이고.
그래서 취미활동도 보다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에 누적적이면서 수치적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면 이후 본인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 예로 10년 차 블로거가 있다면, 아마도 그가 쓰는 콘텐츠보다 '10년이나 꾸준히 누적적으로 해온' 그 과정에 대한 신뢰감이 더 반영됐을지도 모른다.
워라벨? 결국 그 일과 삶의 밸런스도 물리적인 시간의 안분이 아니라, 서로 상보적인 관계로 도움을 주는 식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또 다른 무기는 무엇인가? 당신은 또 어떤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