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다녀보고 4학기째 써보는 글
휴… 지난해 썼던 특수대학원(야간대학원)에 대한 글이 은근히 많이 읽히는 것 같다. 아마 이맘때쯤이면 야간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너무나 많은 사례 속에 개인적인 경험 하나일 뿐이라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도 적어본다. 지난번 글이 한 학기를 마치고 쓴 후기라면, 이번 글은 네 번째 학기에 접어들어 ‘논문’을 생각하는 시점에서, 장래 후배님들을 위해 정리하는 글이다.
<연관글 : https://brunch.co.kr/@kys401/175 >
우선 특수대학원이 무엇인지 간략히 말해보겠다. 뭐랄까,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과정인데 석사를 준다고 할까. 당연히 학사 학위 소유자가 대상이 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석사를 따기 위한 '학점은행제' 같다라고나 할까. 대학 입장에서 특수대학원을 다니는 직장인들은 '학생'이라기보다는 '고객'에 가깝다. 모르긴 몰라도 순익률이 일반 학부생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본다. 내는 등록금과 비교해 듣는 학점이 많지 않으니까.
정확하다고 보기 힘들지만, 얼추 학부 등록금과 여기 대학원 등록금은 비슷하다. 기업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더 높다. 그런데 학점은 대략 6~8학점이고 수업 시간은 일주일에 6시간을 넘기 힘들다. 물론 학교에 따라 '청강' 제도가 잘 되어 있어 듣는 학점 외 추가로 '청강'을 할 수 있다. 실제 2회만 나와도 되는 것을 주 4회 나와 갖가지 수업을 듣는 사람도 봤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할 게 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이다. 전문대학원도 직장인 등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결이 다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특수대학원이 야간에 학교에 나올 수 있는 직장인을 위한 '학점은행제' 같은 것이라면, 특수대학원은 자기 업무 혹은 전문 분야 발굴을 위해 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이 한 예가 되겠다. 공부의 양과 질을 놓고 봤을 때 특수대학원이 비길 정도가 못된다고 본다.
일반대학원은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대학원이다. 학부 졸업생이 교수의 '꼬심'에 넘어가 입학하는 경우도 있겠고, '학자의 길'을 생각하고 들어가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당연히 졸업 논문을 쓰고, 전체 과정을 마친 후 박사 과정도 고려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 몸담아 본 적이 없어서 서술하기는 어렵다. 대충 '조교'라고 불리는 교내 학생들 중 상당수가 이런 대학원생인 경우가 많다.
학교내 '아르바이트'처럼 시간제로 일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도 대학원생일 확률이 높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어느정도 학비를 면제 받거나 (혹은 급여 형태로 받거나) 하는 이들이다.
다시 특수대학원으로 돌아와 보겠다. 특수대학원도 요새는 전문대학원의 성격을 조금씩 띄는 것 같다. 가령 언론정보대학원이라던가, 내가 다니는 경제대학원 등이다. 부동산대학원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행정대학원도 석사 학위가 필요한 정치인 혹은 지망생들이 다닌다. 공부의 강도는 덜할지 몰라도 그 안에서 네트워크를 쌓고 전문지식을 함양하기 좋다.
공부와 졸업 요건 등은 각 학교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서 뚜렷하게 '이렇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어느 곳은 형식적으로라도 '논문'을 써야한다. 또다른 어떤 곳은 '논문' 없이 졸업 시험이나, 이수 학점 요건만 채우면 된다. 후자는 '학점은행제' 성격이 좀더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특수대학원 진학 목적의 절반 이상은 아마도 '네트워크'다. 자기가 일하는 분야의 사람들과 폭넓게 만나고 사귀고 싶은 것이다. 학비 부담이 적을 수 있는 기업 CEO 등의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는 곳이 바로 각 대학들이 운영하는 '최고위 과정'이 되겠다. 여기는 공부보다도 수업 이후의 만남이 중요하다.
다른 곳도 빈도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네트워크'는 중요하다. 특히 주5일제에 이어 주52시간제의 정착으로 직장인들이 퇴근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대리 밑 일반 사원들도 이제는 퇴근 후 '회식'이나 '야근'이 아닌 특수대학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내가 있는 과정을 보면 4분의 1 정도는 20대였고, 나머지 절반 이상은 30대였던 것 같다. ESG나 AI 등 전문적인 경력이 필요한 과정에는 40대도 많았지만 주류는 30대였다. 30대에게는 특수대학원이 꽤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걸림돌은 시간과 비용이다. 앞서 서도 마찬가지다. 따로 복습이나 예습을 하는 시간은 커녕 수업 들어가기 벅찰 때가 많다. 당연히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에 대한 체계가 잡혀 있는 대기업, 일과가 예측 가능한 기업이나 기관에 다니는 이들이 아니면 언감생심일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왜 이곳에 가야 하는가'라는 확고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 인적 교류를 늘리고 싶다면(동문으로 묶이고 싶다면) 다른 더 유용한 수단이 있을 것 같다. 공부가 목적이라면 방송통신대학원 등을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나? 지난 3개 학기가 빡셌다. 누구나 다 학교 오기가 힘들었겠지만, 첫학기(2024년 상반기)에는 총선이 있었다. 총선은 사실상 정치부 기자들에 있어 총동원령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같은 해 하반기 2학기에는 망할 계엄령이 있었다. 기말고사 기간 직전 계엄령이 발령됐다. 기말고사는 어찌어찌 마칠 수가 있었다.
최악은 지난 3학기(2025년 1학기)였다. 탄핵 정국이 4월까지 있었고 6월 초순까지 조기대선 정국이었다. 역사에 기록될 정신없는 순간이 그 학기 내내 있었다. 6월 기말고사 기간에는 새롭게 뽑힌 대통령의 해외 일정을 따라가야 했다. 기말고사를 보지 못했던 첫번째 시간이었다. 학점은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것은 물론이다. 이번 4학기도 꽤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확고하게 세운 목표 중 하나는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경제기자'로서의 모습이다. 인공지능(AI) 툴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담을 줄 아는 경제·금융기자가 대학원 진학의 목표다. 사실 전문화된 금융기자 혹은 금융 인디라이터(indi-writer)를 염두에 두고 들어왔는데, 인접 AI경제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한 가지 더 추가했다.
지금까지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있는데 바로 논문 쓰기.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데 까막색 표지의 논문 한 개 정도는 갖고 있지 않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있다. 이번 4학기와 다음 5학기(논문학기)는 이런 맥락에서 학과 수업 등을 꾸렸다. 이 논문 하나만 잘 완성시켜도 나름의 성과가 될 것 같다. 중형차 한 대 값이 아깝지 않을만한 성과를 이뤄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