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축구국가대표팀의 축구 실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보여주는 회귀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요리 나온다.
마지막 오차항이 수치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력 혹은 멘탈 분위기'이라면, 오늘 파라과이전에서는 이 오차항(엡실론 i, t)이 갖는 위력을 실감할 것이라고 본다. 앞선 브라질에서 0대5 떡실신을 했으니, 선수들이 아마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지 않을까.
회귀식에서 이 오차항이 미친 듯이 날뛰어서 신뢰구간(흔히 예상하는 상식적인 구간) 바깥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그중 하나가 2018년 월드컵 독일전 승리다.
앞선 경기였던 스웨덴과 멕시코전을 말아먹었던지라, 선수들이 배수진을 쳤다. 때마침 경기 전날 강우에 따른 '강제휴식(?)'으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크다고 본다. 전대회 우승팀 독일은 애써 조급함을 오만하게 감추려다가 본인들에게 주어진 오차항을생각 못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2016년 6월에 있었던 체코전 2대0 승리다. 체코가 만만치 않은 유럽 축구 강국인데, 그 나라 수도(프라하) 원정 경기에서 2대0으로 이겼다. 어떻게 보면 독일전 2대0 승리보다 더 의미가 있다.
그전 2001년 유럽 원정에서 0대5로 발렸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하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하다. (석현준의 당시 '골키퍼 뒈져라' 골과 윤빛가람의 '저게 진짜로 들어가네' 프리킥 골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때도 축구 실력과 인프라라는 변수 외 오차항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기 나흘 전 우리 국가대표팀은 스페인전에서 1대6으로 깨졌다. 1골 넣었다는 것에 위안일 수 있겠지만, 발 한 번 제대로 못 쓰고 발렸다. 그야말로 초격차였다.
여기서 잠깐 일본축구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이 오차항의 영향이 적은 축구가 일본이라고 본다. 그들이 쌓아온 변수만큼, 그리고 승리 확률만큼 성과를 거둬왔다고 본다.
비교하자면 일본 축구는 (예측할 수 있는 승리) 평균값 대비 표준편차가 적고, 그 평균값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은 것은 결코 우연이나 요행이 아니라고 본다.
반면 한국 축구는 평균값 대비 표준편차가 (오차항의 강력한 영향으로) 널뛰듯 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길 때는 강팀도 이기다가 방심하거나 쫄아 있으면 쳐맞거나 어이 없이 지곤 한다.
(한 예로, 직전 98년 월드컵에서 0대5 패배를 맛본 나라가 제 아무리 홈이라고 해도 4강에 올라갔다는 것은 '축구회귀식'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은 8강 이상은 간 적은 없지만, 0대5 정도의 참혹한 패배는 월드컵에서 없었다. 또다른 예로 손흥민, 차범근 선수의 배출이다. 이들은 한국 축구가 가진 환경에서 나올 수 없는 예측 불가한 결과물이다.)
두 나라의 변수값 차이가 크지 않았던 때에는 한국 축구가 나름 일본보다 나은 국제대회 성과를 보였다. 가끔 어이 없이 줘터져서 그렇지 강팀에 '어쭈구리' 비벼본 적이 꽤 있다.
허나 최근 10년 사이를 놓고 봤을 때 그렇지 않은 듯했다. 가끔 도깨비방망이 식으로 나왔던 성과마저도 (세대가 바뀌어서 그런가) 줄어드는 것 같다. (그 전 세대는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밖에 없었으니까...)
다시 말하면 오차항을 제외하고 변수만 놓고 본다면, 지금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승부는 일본의 우월한 승리를 예측할 수 있다. 우리가 기댈 것은 '오차항'이 날뛰듯 뛰어서 의외의 결과를 낳는 것 뿐이다. (축구 해설자들이 정신력 강조하는 것을 보시라...)
한국 축구의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한 게, 팬이나 축구협회나 '수주대토' 식으로 대표팀의 승리를 요원하다가 지면 특정 선수와 감독만 욕받이로 만든다는 점이다. 반복이 된다면 그것도 실력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한국 경제와 인구 구조로 봤을 때, 지금의 구조와 자본투입 여건이 최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축구에서 보듯 자본이 투입되고,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행운의 승리', '정신력으로 어쩌다 이기는 승리'에 일희일비할 것 같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