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은 ‘전자책을 출판해봤다’라는 내용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라 생소했고 신기하다 보니 ‘글감’으로 괜찮았던 듯하다. 전자책이 나오고 일주일 후의 소감을 간단히 밝혀보겠다.
현실은 현실이다. 물론 대부분은 책 출판이라는 문턱 앞에서 포기하고, 전자책을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기획출판은 ‘계약서’라는 것이 압박 요소로 작용하지만, 나 스스로 내 책을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케팅’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본인 브랜드 파워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인지도’라는 희소성을 1% 이내 유명인이 누리는 것이라면, 나머지 99%의 보통 사람들은 처절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서점가에서 ‘책을 냈다’라는 만족감 이상을 누리려면 비용과 시간, 정성이 필요하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을 면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3가지 중 하나는 충족돼야 한다고 본다. 첫번째는 본인의 브랜드 파워다. 유튜브 스타가 아니더라도 페이스북 등에 수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 팔로워들도 단순한 ‘친목 구독자’가 아니라 팬심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혹은 특정 분야에서 신뢰를 줄 수 있을 만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예컨대 채권 투자에 대한 설명을 책으로 쓰는 경우, 일반 정치부 기자보다는 증권사 채권팀 부장이 쓴 글이 더 읽힐 것이다. 생생한 구체 사례와 투자 고수의 노하우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는 독자들이 ‘돈을 내고 살 만한’ 신뢰감으로 수렴된다. 이런 맥락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전문성을 키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두번째는 책의 내용이다. 팬심과 마케팅이라는 ‘버퍼링 요소’가 없거나 적다면 독자에게 무엇이라도 도움이 돼야 한다. 한 유튜버는 이렇게 말했다. “콘텐츠를 만들 때는 시청자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해요.”
유튜브라면 시청 시간을, 전자책이라면 그것을 사는 돈이 아깝지 않아야 한다. 더 나아가 일상에서 ‘나의 시간’을 줄여주는 노하우를 제공해 이득이 되면 좋다. 전자책 시장에서 ‘자영업자의 마케팅 노하우’가 잘 팔리는 이유가 있다.
세번째는 부가적 요소인데, 표지 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 기획출판에서도 제목과 표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을 봤다. 서점가에 놓이는 수많은 책 중 선택받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쯤되면 ‘너의 전자책은 잘 팔렸냐’라고 물을 수 있다. 메신저 대화체로 ‘ㅎㅎ’밖에 못할 것 같다. 지인들을 동원하지 않으면 리뷰 하나 쓰기 어려운 현실을 절감하고 있다.
나름 분석을 해보면 표지를 너무 대충 만들었다. 실제로 그렇다. 5분 만에 뚝딱 만들어 전자책 플랫폼에 보냈다. 디자인 감각이 없으려니와 거기에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책을 냈다’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했을 뿐 ‘많이 팔자’라는 생각은 희미했다.
그렇다면 내용적으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계엄 이야기는 워낙 잘 알려져 있다. 기자들이 아는 수준의 얘기도 일반 독자에게는 이미 알려진 내용에 한 발 더 나가 있거나 어느 정도 해설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내밀하고 생생한 얘기는 내부 측근들의 ‘회고록’ 형태가 더 읽힐 것이다. 나부터도 그런 책을 사 본다.
또 하나 알게 된 게 있다. 네이버 인물 소개에 전자책을 노출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잘 팔려 ‘네이버도서’에 입점하게 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이름을 검색해도 그 책(전자책)을 보기 어렵다. ‘관련정보’를 들어가야 노출되는 것을 보게 된다. 네이버 인물 검색에 ‘나 이렇게 책 많이 썼어요’를 보이려고 전자책을 만들어본 것도 있는데, 이쯤되면 ‘굳이 전자책을 또 만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름 내린 결론은 ‘다음 책에 대한 부분’이다.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에서 ‘노하우’를 공유하는 형태가 되어야 그나마 팔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잘 발굴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