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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gon Huh Sep 06. 2017

AI 시대의 마케팅

who's the boss? 

AI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마케팅을 논할 수 없는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당장 AI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느냐? 고 물으면 올 초까지 마케팅 현업에 있었던 제 대답은 NOT YET입니다. DATA- DRIVEN MARKETING 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데이터들의 분석이 AI를 제대로 이해, 활용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죠. 


AI 시대의 마케팅은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한번 가볍게(?) 고민해보았습니다.

현직, 예비 마케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가볍게 쓴 글이니 글에 오류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수분들의 다른 의견이나 날카로운 지적 매우 환영합니다. ^^ 


1.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마케팅에서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세요? 
그에 앞서 마케팅에서 주로 관여하는 데이터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IT 마케터는 마치 이럴것 같지만 아직은 엑셀로 분석합니다 ㅋㅋ



(런칭 전) 
- 시장 규모 / 잠재 고객 규모 /고객 니즈 / 프로덕트/ 서비스 USP....
이 시장에 진입할지 말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는데 필요한  객관적인 수치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런칭 후) 
- 일별 퍼포먼스(제품군에 따라 수집하는 퍼포먼스 데이터는 천차만별) / 경쟁상황 / SNS 고객 반응... 
런칭 직후부터 집계되는 모든 서비스 유관 데이터와 시장 반응을 살피는 데이터의 분석이 실시간으로 필요합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이유는 뭘까요?

마케팅이 퍼포먼스를 분석하는 이유는, 잘했다 못했다는 성적표를 매기기 위함이 아닙니다. 


0. 실시간, 일별 퍼포먼스 분석은 

1. 곧 가혹한 그리고 정확 시장의 반응이고 
2. 반응이 오는 부분은 강하게, 더 강하게 
3. 반응이 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틉니다 

4. 이걸 한 단어로 '최적화'(Optimization)라고 부르죠


결국 Marketing 이란 건 Market 의 Reaction 에 Respond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짧게 줄여서 Market- ing 가 되어있죠 ^^ 

이게 핵심 콘셉트가 시대가 변한다고 변할리 있겠습니까, 다만 채집할 수 있는 시장의 반응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으니 이걸 기민하게 캐내서 금으로 만드는 게 우리 할 일이죠. 



2. 함수(function)와 마케팅 


마케팅 결과 분석을 업계에서는 아주 단순한 숫자로 합니다. 

##기간 동안 ** 광고 캠페인으로 $$ 비용을 썼고, %% 고객이 유입되어 $$ 매출이 증가했다.
이 분석은 당연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거고요.
학계에서는 이렇게 쌓이고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경향성'을 밝히려고 애씁니다. 

사람들이 일관되게 선호하는 혹은 회피하는 마케팅 패턴에 대한 근거를 찾고 그 데이터를 쌓아서 하나의 가설을 함수로 만들고, 그 함수가 유효한지를 통계적으로 밝혀냅니다. 그러면 그 가설은 강하게 지지되고 하나의 새로운 이론으로 재탄생됩니다. 이 이론이 업계로 다시 흘러들어와 '정설'이 되는 거죠. 
그렇다면, 데이터의 다음 단계는 어쩌면 공식일지도 모르겠네요. 


굉장히 단순화하면 과거에는 이런 식이 었겠죠. 

광고(x)가 매출(y)에 효과가 이만큼(a) 있었다. 
그러면 광고는 매출에 효과가 있는 것이 증명된 셈이니 너도나도 광고를 하겠죠. 여러분이 보고 있는 광고들은 모두 다 '효과'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여기서 함수들이 퐁퐁 피어오르겠죠?

어떤 광고, 어떤 채널, 어떤 실행, 어떤 제품, 어떤 사람, 어떤 모델, 
그 어떤 것들의 어떤 '결합(combination)'이 가장 효과적일까? 결괏값이 유의한 함수일까? 
엄청나게 복잡 다양한 공식(Fomula)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계에서 막상 방대한 분석을 시간과 공을 들여해 놓으면,
업계에서는  '몰랐어? 다 그렇게 한지가 언젠데'라고 하거나 혹은 

'그게 그렇게 단순한 함수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라고 외면을 받기 쉽죠. 


입으로는 외면하면서도... 막상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필요하면 슬그머니 학계가 만든 이론(Theory)을 가져오는 경우도 물론 허다합니다. ^^;; Fomula를 활용해서 수요예측이나 결과 분석 모델을 만드는 일도 물론 있고요. 



3. AI와 마케팅 


제가 설명한 대로 마케팅이 함수로만 설명되는 일이라면, 그게 맞다면, 

그게 그렇게 단순한 함수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엄청나게 복잡한 함수를 만들고 분석해낸다면요?
멋진 반격 아닌가요? 단순하지 않은 함수라면, 마케팅 의사결정에 엄청난 파워가 실리지 않을까요? 


어쩌면 하나의 함수를 천 개, 만개로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 AI 시대의 머신러닝 기술입니다. 

복잡한 함수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범위까지 함수가 증폭해버릴 수 있습니다. 

오늘 어떤 제품을 론칭하고 마케팅 액션을 했어요. 그런데 내일 매출이 폭발합니다. 

(이런 경우는 잘 없죠 ^^;; 근데 있다 치고요)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하나의 원인이 될 리 절대 없습니다.


수 천 가지 별의별 원인 중에서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고, 각 원인들의 상수 값을 소수점 단위까지 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마케터는 그 상위 top 3 에 해당하는 원인 (마케팅 액션)을 초 집중 강화합니다. 

이 계산이 가능하다고 보는 게 현재까지의 AI 기술의 입장이고, 

그래서 마케터가 머신을 BOSS로 모시고 일하게 될지 모른다는 기사까지 나왔죠. 

Meet your new boss, AI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AI가 절대로 마케팅 보스가 될 수 없는 이유 한 가지 주장해볼까요?


마케팅은 함수'만으로' 설명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수많은 이치 중에서도 '인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 마케팅의 결과는 수많은 우연적인 사건과 사고로 점철되지만, 그 원인은 마케팅을 어떤 마음가짐과 목표로 실행한 마케터의 피땀에 서려 있습니다. 오늘 출시한 제품이 대박이 나는 건 어떤 '천운'이 따라주는 건데, 이 천운을 함수가 만들 수 있습니까? 천운은 과거와 현재로부터 기반한 어떤 수치적 통계가 아닙니다. 운입니다 운. 

정말 세상 모든 것이 숫자로 딱딱 맞아떨어지게만 굴러가나요? 안다고 해서 실행이 그렇게 되던가요? 


부족한지 알면서도 도전하는 바보가 결국 사고를 칩니다.

아니 부족한 점을 제대로 알고 도전하는 바보가 결국 사건을 만듭니다. 

자본이 부족하고, 시장성도 적고, 이미 경쟁자가 다 이기고 있고, 우리 제품이 취약하고 

그런데,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다. 이 제품의 가치를 알리고 싶고, 서비스로서 팬을 만들고 싶다. 

내가 밤 중까지 불 꺼진 사무실에 스탠드를 켜놓고 앉아서 우는 이유는 숫자가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숫자를 바꿀 기적을 찾지 못해서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마케터가 사고를 칩니다. 


이런 끈질김을 AI BOSS가 가질 수 있을까요? 저 바보스러운 투지를 AI BOSS가 남에게 심어줄 수 있을까요?

마케팅으로 사고 한번 크게 치려면, AI로는 안됩니다. 

무모하고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호기심 많고 말 안 듣고 고집스러운 마케터가 있어야 됩니다. 


여러분, 좋은 제품은 마케팅이 필요 없습니다. 

1. 이미 제품 만드는 과정에 마케팅이 다 들어갔습니다.

2. 좋은 제품이 고객의 반응을 얻어도 마케팅이 별로면 망칩니다. 
3. 별로 안 좋은 상태의 제품이나 서비스야말로,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마케터가 사랑으로 보듬고 고쳐서 최고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 ing 니까요

미스테리한 사건을 만드는 일이에요, 멋진 마케팅은 

사라 맥라란의 Builidng a mystery라는 곡을 좋아합니다. 일 하다가 안 풀리면 혼자 무한 반복해서 듣곤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https://www.youtube.com/watch?v=_QUq72fla3o


그래요, 어쩌면 AI는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툴입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를 만드는 건, 오직 사람이에요. 참 멋진 일이죠? 

AI가 정리해놓은 데이터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교란시키고 기적을 만들어내고 사고를 치는 게 

미래가 원하는 마케팅 역할이 아닐까요?




제가 지나치게 낙관적인가요, 하하 

사실은 마케터로서 마음이 매우 조급 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엄청 졸았다니까요.

급기야 불안감에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제가 느끼는 건 오히려 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거예요. 


오늘도 아침에 집에서 NAVER가 만든 AI Agent speaker 사용하면서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 많아서 노트를 꺼내서 한 가득 쓰다가, 스스로가 웃겨서 피식 웃다가 책상에 앉아서 이 글을 씁니다.


여러분, 아직 멀었어요. AI 진짜 아직 한참 멀었어요. 

기술? 멀리 나가도 좋습니다.

정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 기술과 정보를 사람 쓰기 좋도록 꿰어주는 역할을 마케터가 준비해야죠.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마케터는 삶과 사람, 일상과 업무에 열중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기민하게 시장의 트렌드를 읽는 것과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을 해야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하고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사서삼경 중 '대학'에 나오는 글입니다. 다들 아시죠? 그 뜻을 마케터 입장에서 한번 새겨 볼까요? 
천하를 호령하는 마케팅을 하려면 역순으로 가야 합니다.

내 뜻을 세우고 갈고닦아 내 몸과 마음을 수련한 후 
그런 마음으로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을 대하고 
그런 가까운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조직과 회사를 아끼고 
그런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열정을 다 한다면, 천하를 호령하는 마케팅 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AI는 갈수록 발달하지만, 그래서 공부할 것도 많고 찾아볼 것도 많고 마음은 다급 해지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있는 자리에 왜 당신은 앉아있습니까?
무엇을 하기 위해 , 어떤 포부로 이 곳에 왔습니까?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세요. 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결코 사람을 도구 삼지 마세요.
자신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듯, 남도 고귀한 존재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경으로 대하고, 나쁜 감정을 품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금부터 만들려고 하는 서비스와 제품은, 이 세상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는데 쓰일 것입니다. 돈이나 내고 소비나 해라. 쓰고 빨리 버리고 새로 사라. 질리면 버리고 새로 사라. 이쁘니까 그냥 필요 없어도 사라. 이런 강요를 하기 위해 마케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버리지 마세요. 


신념으로부터 출발하세요. 

그리고 기술이라는 말을 타고 멀리 가세요. 

정보라는 망원경을 들고요. 
노력의 불씨를 티워 재능의 모래를 태워보세요. 

여러분 가슴과 눈에 들어있는 열정은,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어야 해요. 

이 여정에서 나는 어떤 성장을 이루어내고, 길 끝에 성장을 완성한 내가
이번에는 어떻게 다른 사람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세요. 


마케팅은 험난하지만 신비로운 여정입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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