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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gon Huh Dec 16. 2017

초보 운전자의 소회所懷

안전 운전하세요 


최근에 면허를 따고나서 직후에 집에서 안쓰는 차가 있어 한 대 받아 왔다.

첫 운전 치고는 늦은 나이라... 주변에 나 빼곤 모두 운전자들 뿐이라... 많은 조언을 받았고 

바쁜 시간내서 연수를 시켜준 사람들도 있다 (목숨을 걸고 ㅎㅎ)

공통적인 이야기는 초보자일수록 도로의 흐름을 깨지만 않으면 사고날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
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동만 안하면 된다는 건데 사실 초보는 그게 뭔지 잘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건, 차선변경 못하겠으면 일단 직진하라는거지. 그리고 내 차선을 지켜서 도는거.
(이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데 경험상으로는 차선 지켜서 도는게 안전하다.) 


요 며칠 날씨가 추워서 억지로 억지로 모르는 길이라도 몰고 다니는데, 역시나 동네.. 나와바리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 초보는 다른 것 보다도 길+ 차선을 외워서 아는 데로만 다니면 크게 당황할 일이 없다는게 중론. 


최근에는 무리한 도전으로 경부를 타고 정자동에 갔는데 첨부터 곱게 회사에 차를 대면 될 것을 스타파크 상가 주차장으로 기어들어갔다가 만차라 빼라고 호통치셔서 당황 끝에 대리'기사' (백마탄 '기사' 할 때 그 '기사') 갱미를 출동시켜 대리 주차를 맡김. 미안해 죽을 뻔. 집에 오는 길에 경부가 무지하게 막히는데 또 몇 차선까지가 한남대교 진입 차선인지 감이 없어서 무리하게 끼어들다가 택시한테 클락숀 때찌를 당했지. 그래도 죽지 않고 집에 와서 다행이었다. 


운전하면서 본연의 성격이 드러난다. 내 쪽은 매우 소심함. 뒤에서 조금만 빵빵하면 크게 잘못한 것 같아 식은땀이 흐른다. 반면 옆에서 가던 차가 추월해서 창문 내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쳐 들어도 웃으면서 내 갈길 가는 운전자도 있던데 사실 그런 대범함이 운전에는 많은 도움이 될 터. 나도 그런 대범함 + 여유 가지고 싶은데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다. 역시 초보자와 베테랑의 차이는 자신감 혹은 대범함의 차이일까. 대부분의 경우 초보는 내가 맞다는 자신이 없어 우물쭈물 하다가 민폐를 끼치곤 한다. 룰을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면 도로에 사실 나가서는 안되는 건데. 내 스스로도 초보지만 우리나라 도로운전 교육은 문제가 많다. 결국은 사비를 들여 연수를 따로 받지 않으면 제대로 된 운전을 할 수 없는 시스템. 여자 운전자들이 통계적으로 사고를 덜 내는 이유중의 하나는 운전에 자신이 없어서 사설 연수를 필수로 받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가설이 생길 지경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초보인 나도 배운 도로의 룰 (물론 학원에서는 필수적인 룰을 거의 가르쳐주지 않음)을 무시하거나 엉망으로 실천하는 중고신인 운전자들이 많다. 


그래도 역시나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즐겁다. 

아는 길로 갈때, 신호도 외우고 있을 때, 굉장히 매끄럽게 차선을 변경했을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면허를 따기 전에는 뭐 비머를 사느니, 드림카는 벤틀리 카브리올레 라는 둥 헛소리가 많았다만.. ㅎㅎ 

초보 주제에 유럽 고속도로까지 밟아제끼고 난 후 역시 차는 굴러가는데 문제만 없으면 된다.... 라는 결론. 특히 나처럼 운전 능숙치 않으면 고급차 타봐야 골치만 아프겠다. 지금 차는 집에서 공짜로 얻어왔고, 내부 수리만 받았지 외부의 기스는 일부러 그냥 그대로 가져왔더니 내가 몇 (십)개 보태도 티도 안나고 마음이 편하다. 아마 별 문제 없으면 운전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이 차를 잘 타고 다닐거다. 하지만 다음 차는 무조건 차폭이 좀 좁고 짧은 차를 타고 싶어. 우리집 주차장에 내가 단골로 대는 기둥 옆에 2인승 포르쉐가 한대 있는데 그 차가 아주 자그맣고 주차하기 쉬워보이더라고. 이말 했다가 또 가루가 되도록 까였지. ^.^


도로에 있을 때, 특히 차가 막혀서 다른 차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의외로 마음이 편안하다. 홀로있지 않구나, 함께 가고 있구나 하는 안심이 들어서.  우리 오빠는 나한테 '도로는 작은 사회야, 옆에 있는 동료라고 생각하면서 배려하며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면 된다' 고 했지. 사회성 좋은 사람이 운전도 잘 하는거라고. 반대로 운전을 하면서 사회성을 기르는 훈련도 되는거라고. 그 말 어찌나 좋던지. 마음에 콱 남았다. 



초보 운전자들에게 안전을, 

그리고 너그러운 베테랑 운전자들에게 감사를 - 

오늘도 안전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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