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월, 코로나가 본격화되자 1인 가구로 참을 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새로운 취미가 그림 그리기였다. 호기심 반 원데이 클래스로 시작했었는데, 벌써 1년 반 가까이 거의 매 주말마다 꾸준하게 그림을 그려왔다. 헤아려 보니, 그동안 아크릴 화 4점, 오일 페인팅 3점, 플루이드 아트 1점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만큼은 여러 다양한 스트레스나 고민, 번뇌에서 벗어나 스스로 여유로움과 평화를 찾을 수 있었고, 그래서 매 주말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설레고 좋았다.
올봄 3월인가 4월쯤 다니던 화실 원장님이 9~10월 가을에 있을 수강생 그룹전에 참여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 나는 깜짝 놀라고 당황해서, "제가요?!"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는 희망하는 수강생들은 모두 전시 참여가 가능한 것인지 여쭤보니, 잘 그리는 분과 실력 향상이 눈에 보이는 분들 몇 분에게 제안을 하신 거라고 하셨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해보지 않은 것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과 버킷리스트 달성에 의미를 두고 용감하게 참여의사를 밝혔다.
회사 일이 바쁘거나, 부모님 건강 등의 이유로 몇 번 빠지기도 했지만, 꾸준히 매 주말, 주말이 어려운 경우에는 평일 어느 하루 퇴근 후 2~3시간씩 그림을 그려왔다. 그림을 그리게 되면 무념무상은 물론, 시간이 순삭 되는 경험을 하곤 했다. 그것이 바로 몰입(flow)이었다. 유튜브 음악을 이용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림 그릴 때 듣는 재즈나 뉴에이지, 팝, 샹송, K-POP 등의 선곡도 좋았고, 매주 바뀌는 화실 인테리어 생화 꽃들도 참 예뻤다. 강남역 소재 화실이라 끝나고 좋아하는 멕시코 음식 타코, 쉑쉑 버거, 도넛 등을 포장해 가거나 먹고 가기에도 편하고 좋았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 벌써 2021년 가을이 왔다.
원장님은 이번 전시의 타이틀을 <Mon jardin>, <나의 정원>으로 정하시고 전시 포스터와 팸플릿, 선물용 엽서, 홍보 동영상, 오프닝 행사 등을 분주히 준비하고 계신다. 나도 전시할 작품 3점을 선정하고 작품의 제목과 설명을 써드렸는데, 그 과정 역시 진짜 작가가 된 것 마냥 몹시 흥분되고 설레었다. 나의 그림들은 모두 코로나 시국 속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달래며 그동안 다녔던 여러 여행지 속에서 내가 조우했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을 그린 것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피라마을 해안절경, 슬로베니아 피란 해안가 등이다.
2021년 버킷리스트 하나를 달성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 전시를 마치게 되더라도 그림 그리는 취미를 오래도록 이어가기를 희망하며 스스로 다짐도 해본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코시국 또 다른 소통과 표현의 즐거움을 주었던 브런치 글쓰기도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소결(小結)이라 부르겠습니다. 그동안 많이 감사했습니다. 연말이나 새해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